벼랑 끝 삼성 총파업… 정부 중재 속 마지막 담판 (종합)
입력 2026.05.08 18:18
수정 2026.05.08 18:19
경영진 이어 정부까지 나섰다
노사, 11~12일 사후조정 재개
21일 총파업 앞두고 긴장 최고조
업계 "반도체 충격 막아야" 강조
ⓒ데일리안DB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돌입을 불과 열흘 앞두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노동 당국이 직접 중재에 나선 가운데, 이번 사후조정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계와 정부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번 갈등은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반도체 공급망과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노조 내부 균열까지 겹치며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사후조정 절차를 통한 협상 재개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후 김도형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청장과 면담한 뒤, 사측까지 참여한 노사정 미팅을 거쳐 사후조정 절차에 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후조정은 노동쟁의 조정 절차가 종료돼 노조가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분쟁 해결을 위해 노동위원회가 다시 한번 중재에 나서는 절차다. 이번 협상 재개는 삼성전자 총파업이 국가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한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의 강력한 권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업노조 "정부 요청 일단 받아들이되 총파업 준비 계속"
초기업노조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측의 적극적인 의지와 거듭된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여 사후조정 절차에 응하기로 했다"며 "이번 건은 초기업노조로 교섭권과 체결권이 위임돼 대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집중 사후조정은 오는 11일과 12일 양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조정에는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과 이송이 부위원장, 김재원 정책기획국장 등이 참여한다. 다만 협상 재개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강경 기조는 여전하다.
최승호 위원장은 "조합원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파업 준비에도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협상이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정부와 삼성전자 내부의 강한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역시 반도체 산업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노사 간 대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삼성전자 경영진 역시 연이어 공개 메시지를 내며 협상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 사장은 전날 사내 메시지를 통해 "회사는 열린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며 임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노사 대화를 촉구한 바 있다.
기업 넘어 국가 경제 타격 미칠 가능성 ↑
정부가 이번 사안을 민감하게 바라보는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이 있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중심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되면 기업 내부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에 타격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지속돼왔다.
현재 노사 간 최대 쟁점은 성과급 제도 개편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 상한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 일회성 보상이 아니라 성과급 산정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걸고 있다.
반면 회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대신 업계 최고 수준 실적을 달성할 경우 기존 상한을 넘어서는 특별 보상도 가능하도록 조건을 완화했다. 특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성과 개선 시 최대 75% 수준 보상을 보장하는 방안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일정 부분씩 물러서며 12~13% 수준에서 절충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회사 측은 성과급 체계를 영구적으로 명문화하는 데 대해선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체계, 노사 뿐 아닌 노노 갈등도 변수
다만 성과급 지급 체계와 관련해 노조 내부 갈등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2대 노조인 전삼노는 최대 노조를 향해 "교섭 배제 협박성 발언"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DX 중심 노조인 동행노조 역시 공동투쟁본부 탈퇴를 선언하며 "반도체 중심 투쟁 속에서 비반도체 조직이 소외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DS 부문 조합원 비중이 높은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성과급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DX 내부 불만도 빠르게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후조정 결과에 따라 총파업 동력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렬될 경우 노조는 예정대로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이 약 300조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노조 요구액은 약 45조원 규모다. 다만 정부와 경영진까지 공개적으로 중재에 나선 만큼, 노사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