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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금융’ 정조준한 정부…현장선 “정치논리 접근 위험” 우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5.09 07:04
수정 2026.05.09 09:12

이 대통령 공개 지원에 금융당국 신용평가체계 검토 착수

김용범 “위험은 연속적인데 금융은 끊어버려”

금융권 “시장 왜곡 가능성도 고려해야”

최근 김 실장이 ‘잔인한 금융’을 주제로 한 연재글을 공개하자 이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힘을 실으며 신용평가체계 개편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 2025년 8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김용범 정책실장의 ‘잔인한 금융’ 문제의식에 공개적으로 힘을 실으면서 금융당국과 금융권 안팎에서 신용평가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저신용자 고금리 문제를 정치 논리로 접근해 리스크 기반 금리 산정 원칙 자체를 흔들 경우 오히려 여신 위축과 건전성 악화 등 왜곡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대통령 문제 제기 이후 내부적으로 대안신용평가와 비금융 데이터 활용 확대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김 실장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금융의 구조 시리즈’를 언급하며 “정책실장이 최근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이라고 아주 잘 지적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욕을 많이 먹고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욕먹을 일이 아니다. 뜻대로 하라”고 격려했다.


김 실장은 지난 1일부터 SNS를 통해 금융 구조와 신용평가체계 문제를 다룬 연재글을 잇달아 게시했다.


그는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처음에는 “신용의 기본을 모르는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후에는 “우리가 당연시해 온 전제의 심장을 찌르는 질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을 “잔인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정당화해 온 공범”이라고 표현하며 이번 논의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처절한 성찰”이라고 규정했다.


또 “위험은 연속적인데 금융은 그걸 가차 없이 끊어버린다”며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라고 지적했다.


현행 금융 시스템이 저신용자를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김 실장은 소비·납부·플랫폼 활동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부가 금융의 공공성과 포용금융을 전면에 내세우며 문제의식을 드러내자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다만 현장에서는 ‘저신용자 고금리’ 구조 자체를 단순히 한국 금융의 잔인성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안신용평가 확대나 데이터 활용 고도화 자체는 이미 금융권이 계속 추진해온 방향”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권에서도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와 대안신용평가모형 고도화가 상당 부분 이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실장 글은 문제 제기 성격이 강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바꿀지에 대한 내용은 비어 있다”며 “결국 금융권 의견을 듣고 제도적 기반을 만들려는 단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저신용자에게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구조 자체를 단순한 차별이나 배제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차주의 상환 가능성과 부도 위험을 반영해 금리를 책정하는 것이 금융의 기본 원리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금융경제학에서는 차주의 신용위험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리스크 기반 가격 산정’이 금융의 기본 원리로 통한다.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대출 시장에서 은행은 차주의 상환 가능성과 부도 위험에 따라 금리를 다르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우리나라 신용평가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발전한 체계인데, 이를 단순히 ‘잘못된 시스템’처럼 접근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시장 논리를 정치 논리로 풀려고 하면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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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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