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규제 강화했더니 증여 늘었다…“강남권 3040 몰려”
입력 2026.05.07 07:00
수정 2026.05.07 09:38
세금 부담에 자녀에게 부동산 양도 늘어
집값 상승 기대감도 여전…“매도보다 증여”
부동산 세금 증가 우려에 증여 증가 가능성
ⓒ뉴시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는 등 고강도 규제를 내놓으면서 주택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70대 이상 고령층 집주인이 30대와 40대 자녀에게 주택을 넘기는 ‘부의 대물림’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증여받은 30대와 40대는 1460명으로 지난 3월(825명) 대비 635명 늘었다. 2021년 4월 1873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올해 초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발표한 후 집합건물 증여건수는 매달 증가세다.
오는 9일 이후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하면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수요자들이 발 빠르게 재산 정리에 나선 탓이다.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속 70대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70대 이상 연령대의 증여 신청건수는 930건에 달해 전체 증여건수(2292건)의 40.57%에 달하기도 했다.
직장에서 퇴직한 경우가 많은 고령층은 세금에 민감한 만큼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증여가 활발하다. 앞으로 가격이 오를 단지는 일찍 증여할수록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서울 자치구 중 강남권 주택을 받은 30대와 40대가 많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송파구에서만 135명이 몰렸고 서초구(98명)와 동작구(95건), 양천구(94건)가 뒤이었다.
강남구도 87명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 모두 지난해까지 주택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고 재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활발해 미래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큰 곳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집주인이 처분하려는 주택의 가격 흐름이 증여를 선택하는 요인이 된다”며 “정부 정책 효과가 일부 있었음에도 증여가 늘어난 지역은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집주인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늘어나는 증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세청은 이달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편법 증여 거래에 고강도 전수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증여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증여는 30대와 40대의 주택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최근 실거래가 15억원 이하 주택을 중심으로 30대와 40대의 매수세가 가파른데 증여까지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연령층이 어려지는 셈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기준 지난달 집합건물을 매수한 30대는 5286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뒤이어 40대가 3444명을 기록했다. 그와 달리 집합건물을 가장 많이 매도한 연령대는 50대(4070명)과 60대(3632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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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6월 이후 시장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작되면 다주택자는 주택 매도보다 증여가 더 유리해진다. 이에 증여를 택하는 수요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반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투명한 점은 변수로 남았다. 올해 정부는 오는 7월 세제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수요자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동시에 정치권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폐지·축소 목소리가 나오는 점도 다주택자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는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꾸준히 제도 개편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금 부담이 늘어날수록 수요자의 증여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를 압박할수록 다주택자의 자산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매매를 할 수 없게 된 수요자는 증여를 택할 수 밖에 없다”며 “증여세 규제가 많은 것도 아닌 만큼 점진적으로 증여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