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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준비 위해 피트니스”…예술인들에게 ‘단비’, 억울한 ‘미승인’은 숙제 [예술인을 위한 ‘복지’②]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5.08 01:07
수정 2026.05.08 01:07

"대중문화예술인 월평균 예술 활동 관련 수입 150.7만원"

예술활동증명 후 혜택 '단비'

분야별 편차 등 '숙제'도 남아

“액션신이 있어 복싱을 배우거나, 혹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 몸을 만들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를 다녀야 할 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2년에 한 번 지급하는 300만원을 사용할 수 있다. 7~8년 전 신청하고 인정을 받은 뒤 도움을 받고 있다.”


복싱 액션이 등장하는 드라마. 기사 내용과는 무관ⓒ넷플릭스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작품에 출연 중인 한 배우 A씨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의 ‘이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사용 내역 등 재단이 요구하는 서류를 갖춰 제출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약 7년 동안 해당 제도를 ‘꾸준히’ 이용하며 ‘연기 활동’에 필요한 도움을 받고 있다.


저금리로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에 대해서도 인식 중이며, 아직 활용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분석한 202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의 월평균 개인소득은 315.1만원으로, 이중 예술 활동 관련 수입은 150.7만원에 불과했다. 예술 활동에 집중할 수 없는 예술인들을 위한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역시 이 같은 현실을 고려, 예술활동준비금 지원사업을 통해 예술인들의 예술 활동 지속을 돕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예술활동증명을 거친 예술인들은 2년에 한 번씩 3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다만 이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예술활동증명이 필요한데, 현재 다수의 예술인 신청자들이 ‘해당 제도가 불합리하다’며 불만을 토로 중이다.


우선 크레디트에 이름이 올라가는 영화, 드라마 스태프와 배우는 비교적 승인이 수월한 것이 사실이다. 혹은 최근 1년 내 예술활동 수입 120만원 이상 또는 최근 3년 내 예술활동 수입 360만원 이상 등 수익 ‘기준’을 통해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필명을 쓰는 웹소설 또는 나 홀로 작업을 통해 활동을 이어나가는 미술 등 일부 분야에서는 ‘공적 자료’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예술 분야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술활동증명 TF 유림 예술가는 예술활동증명 국회 토론회에서 “미술 분야에서는 개인전 1회 이상 기준을 충족하고도 정성적 평가에서 반려되거나, 시각예술가는 서류 미비가 아니라는 확인을 받고도 반려된 사례가 보고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활동증명 신청자 중 절반이 넘는 59.4%가 ‘미승인’ 판정을 받은 가운데 예술활동증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한 예술활동증명 TF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90명 중 연극·뮤지컬·공연이 58명으로, 30.5%를 차지했고, 그 뒤를 웹툰·만화·일러스트·애니메이션(40명, 21.1%), 미술·시각예술·공예·사진(38명, 20.0%), 문학·웹소설·출판(21명, 11.1%), 음악·국악·음향(19명, 10.0%)이 이었다. 이어 영화·영상·방송(7명, 3.7%), 무용·다원예술·기타(7명, 3.7%) 순으로 분포가 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예술 활동’의 ‘제한적인’ 인정이 ‘걸림돌’이 됐다. 대안공간, 프린지 페스티벌, 온라인 플랫폼 등 현장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식의 활동이 인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사례를 비롯해 연극 분야에서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 실적이 반려되는 다수의 사례, 미술 분야에서는 전시를 진행한 갤러리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인정된 사례를 예시로 지적했다. 거리예술의 경우 활동 자체를 증명할 방법이 제도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까지. ‘예술인’을 위한 제도임에도 특정 범주에서 벗어난 예술은 인정되지 않은 ‘모순’을 지적했다.



지원 사업 신청건 폭증을 안내하는 한국예술인재단 공지문ⓒ한국예술인재단

이마저도 신청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짧게는 수 주, 길게는 몇 달까지 걸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술활동증명 TF의 사례집에 따르면 불인정을 받은 이후 이의제기를 시도한 응답자는 약 70명으로 전체의 약 37%에 해당하는데, 이의제기를 포기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전화 연결이 어려워 문의 자체가 지연된다”가 있었다.


물론, 물리적인 한계도 있다. A씨가 신청한 2010년대까지만 해도, 해당 제도를 신청하는 예술인의 숫자가 많지 않아 통과가 지금보다 수월했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2012년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시행된 이후 누적 완료자 20만명을 넘어설 만큼 호응이 뜨겁지만, 이를 처리하는 인원은 여전히 10명 내외다.


재단은 관련 논란이 지속되자 “예술인의 신청 편의성과 제도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자 한다”며 예술활동증명시스템 전면 개편을 약속했다. 누적된 데이터 증가와 시스템 노후화로 인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신기술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전면 개편하여 신청 절차의 편의성과 접근성 강화를 추진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심의 기준과 필수 제출자료 기준을 재정비하고, 현장 전문가 참여를 통해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마련한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융·복합 예술 분야가 확산되는 추세를 반영하여 새로운 활동 유형을 포괄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활동증명 제도 개편을 위한 TF를 3월부터 운영 중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인력을 투입해 기본적인 절차는 축소하되, 심사 과정상의 ‘세심한’ 접근이 함께 필요한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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