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픽] "저도 당도 고통" 정진석의 결단…'5선 중진 희생' 지선 승리 동력 될까
입력 2026.05.08 00:00
수정 2026.05.08 00:00
鄭 "당 해친다면 멈추겠다" 보궐선거 신청 철회
계엄 책임론 차단…'절윤' 기조 선명성 확보 평가
"보수 생존 위한 고육지책…중도층 공략 여지"
'인물난' 속 중량감 있는 대체 후보 발굴 과제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미임명'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관련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6·3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 최대 뇌관으로 부상했던 '충남 공주·부여·청양' 공천 갈등이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의 전격적인 후보 신청 철회로 일단락됐다. 5선 중진이자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정 전 부의장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면서,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계엄 책임론'과 '윤 어게인' 공천 논란이란 부담을 덜게 됐다.
정진석 전 부의장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도 고통스럽지만 당도 많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6·3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 신청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덕흠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이미 당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음을 전하며 "나의 출마가 당의 결속을 해치거나, 거대 권력의 독주를 막아낼 우리 당의 동력을 약화시킨다면 그 길을 멈추겠다"고 했다.
이어 "이름 없는 평당원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겠다"며 "보수 애국세력의 승리를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하겠다"고 선언했다. 명예 회복보다 당의 외연 확장과 지방선거 승리가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민주당의 폭주를 멈춰 세울 유일한 대안은 국민의힘뿐"이라며 "국민께서 '미워도 다시 한번' 마음을 열어주시길 바란다. 거대 야당의 독주와 후안무치함을 견제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김태흠 충청남도 도지사가 3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청남도 도지사 후보 공천 면접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정 전 부의장의 후보 사퇴는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의 반발과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김 후보는 그간 "계엄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정 전 부의장이 선거에 나가는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다. 특히 그는 정 전 부의장의 공천이 강행될 경우 탈당 및 무소속 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치며 당을 압박했다.
충남권 인사 사이에서도 위기감은 상당했다. 충남을 지역구로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반대한다기보다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본인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는데 사퇴하시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정 전 부의장의 용퇴로 당이 '절윤' 기조를 더욱 선명히 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설정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현 지도부 체제에서, 과거 '윤석열의 입'으로 통했던 정 전 부의장의 등판은 당의 쇄신 이미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정 전 부의장의 사퇴를 "보수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바라봤다. 박 평론가는 "현재 보수 진영이 집결하더라도 지지율은 35%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며 "이번 선거의 승패는 결국 남은 중도표 15%를 누가 가져오느냐에 달려 있는데, 정 전 실장의 존재는 이 중도층을 밀어내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 전 부의장은 정권의 2인자라는 상징성이 크다. 그를 공천하는 순간 모든 이슈가 '계엄'과 '과거 정권'으로 매몰된다"며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이를 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김태흠 후보를 비롯한 후보들의 연쇄 탈당이 현실화됐다면 선거판 전체가 무너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단순한 선거구를 넘어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 지역 중도층은 이념 논쟁보다 '누가 우리 동네를 살릴 것인가'라는 먹고사는 문제에 훨씬 민감하다"며 "정 전 부의장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게 됐다"고 분석했다.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 한 관계자는 "본인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고 명예회복이 절실했겠지만, 개인을 희생해서라도 당을 살리겠다는 결단 아니겠느냐"며 "지역구 관계자들도 일단은 안도하며 새로운 후보 체제를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정 전 부의장의 용퇴가 곧바로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후보군이 빈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단기간 내에 대중적 인지도와 지역 연고를 모두 갖춘 '중량감 있는 인물'을 발굴해 내는 것이 공관위의 최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는 해당 지역의 공천 절차를 서두를 전망이다.
충남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정 전 부의장의 용퇴가 판세에 유리한 영향을 준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쟁력이 있었을 수도 있다"며 "그가 나간다고 15%의 중도층이 곧장 우리에게 온다는 것은 일종의 프레임일 뿐"이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공소취소' 논란이 훨씬 중요한 변수"라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