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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관계 회복의 출발점 '서울마음편의점'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6.05.08 06:00
수정 2026.05.08 06:00

서울 중년 5명 중 1명은 홀로 지내는 '1인 가구'…사회적 고립 유발

서울마음편의점, 지역사회와 교류하며 심리적 안정 찾는 '고립 탈출구'

이용자 만족도 90% 넘어…이용 후 실제 정서 변화 수치로 확인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5월 '서울마음편의점 동대문점'을 찾아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서울시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로 정의했다. 사람은 타인과의 사회적 교류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타인과의 교류가 없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7일 서울시 통계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에서만 50만명 넘는 중년(40~59세)인구들이 가족 없이 홀로 지내고 있다.


중년의 외로움은 청년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같은 정신적 문제는 물론, 위급한 상황에 처해도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사회적 고립'까지 일으킨다.


서울시는 이러한 외로움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외로움을 단순히 개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철학이기도 하다. 외로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미세한 감정의 영역이기에 거창한 담론이 아닌 집 앞 골목까지 스며드는 '시스템 디자인'이 있어야만 시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철학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설치되고 있는 곳이 '서울마음편의점'이다. 지난해 3월 처음 문을 열었고 이제는 서울시내 곳곳에 총 19곳이 설치된 '서울마음편의점'은 지역사회에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교류의 장소를 제공한다.


이용자들의 평은 매우 긍정적이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 홀로 아이들을 키워온 50대 남성 A씨는 "집에만 있으면 늘 혼자인 기분이었는데, '서울마음편의점'에 일주일에 2~3번 나오면서 생활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오면 아는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고, 건강기기도 이용하면서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며 외로움이 확실히 줄었다고 전했다.


건강 문제로 오랜 기간 일을 쉬며 고립감을 느껴온 50대 여성 B씨도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뒤 일상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제가 안 보이면 이웃들이 먼저 안부를 물어본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마음편의점 도봉점을 찾은 주민들이 가게 내 식품들을 살펴보고 있다.ⓒ서울시

서울의 중장년층이 겪고 있는 '외로움'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사적인 감정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 분석 결과(2026년 4월 '서울시 중년 미혼의 삶')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40~59세 중년 인구는 약 27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 중 미혼 비율은 2022년 18.3%에서 2023년 19.4%, 2024년에는 20.4%로 꾸준히 증가하며, 중년 5명 중 1명은 배우자 없이 살아가고 있다.


중년 1인 가구의 문제는 단순한 '혼자 살기'가 아니라, 관계의 단절이다. 중년 미혼 1인 가구의 '지역사회 소속감'은 10점 만점에 3.4점으로, 기혼 부부 가구(4.3점)보다 낮았다. 특히 40대 남성 미혼 1인 가구는 3.0점으로 가장 취약한 수준을 보였다. 또한, 단체 활동 참여율도 미혼 1인 가구(76.2%)가 기혼 유자녀 가구(83.3%)보다 낮아, 사회적 관계 형성 기회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이 같은 고립은 단순한 정서 문제를 넘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의 약 54%가 50~60대 남성으로, 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서울마음편의점을 찾아 독서와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서울시

'서울마음편의점'은 이런 사회적 고립의 탈출구로 마련한 공간이다. 이름 그대로 편의점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공간으로, 외로움 자가 진단부터 전문가 상담, 고립 경험 당사자와의 말벗, 맞춤형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한다. 방문자는 외로움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외로움 정도를 진단하고, 필요에 따라 사회복지사 상담과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서울마음편의점 성북점에서는 'AI 기반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어 이목을 끈다. 전화기 형태의 키오스크를 통해 가족, 일, 삶 등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감정 공감과 해결 방향을 제시받을 수 있다. 담당자는 "외로움을 겪는 시민들이 사람 상담으로 이어지기 전에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도 확인됐다. 지난해 약 10개월간 약 5만9000명이 방문했고, 올해(1~3월) 이용자는 2만1765명에 이른다. 지난해 이용자 만족도는 91.3%에 달했다. 특히 이용 전 평균 6.07점이던 외로움·고립감은 이용 후 5.33점으로 낮아졌다. 단순한 체감 만족을 넘어, 실제 정서 변화로 이어진 셈이다.


마음편의점의 또 다른 장점은 방문자가 라면을 끓여 먹으며 가벼운 식사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볍게 방문해 식사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외로움 상담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마음편의점의 운영을 확장했다. 기존 4개소에서 출발한 마음편의점은 4월 말 기준으로 19곳으로 늘었으며,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확대 계획이다. 또한 운영 시간을 평일 저녁과 주말까지 확대해 직장인과 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마음편의점 요리 특화프로그램 진행 모습ⓒ서울시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중장년 남성'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의 신설이다. 목공예, 원예, 요리 등 참여가 쉬운 취미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통계에서 확인된 '가장 고립된 집단'인 중장년 남성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고립의 첫 벽을 낮추자는 취지이다.


이 외에도 영화, 인문학, 아로마테라피, 정리수납 등 소규모 프로그램과 지역 탐방, 1:1 멘토링 등 개인형 프로그램도 병행 운영된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시민을 위해서는 찾아가는 '이동형 마음편의점'도 운영된다. 유관 커뮤니티 거점기관, 지역 축제 등으로 찾아가 외로움 진단·상담, 유관기관 연계 등 서비스를 제공해 물리적 거리로 인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마음편의점의 가장 큰 역할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계의 복원'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이용자 조사에서도 외로움이 줄어든 이유로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73.5%),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53.5%)라는 응답이 높았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365일 24시간 외로움 상담창구 '외로움안녕120', 걷기나 식사 기록 등 비교적 가벼운 과제를 수행하며 일상 속 활동을 통해 관계를 이어가는 '365 서울챌린지' 등 외로움·고립관련 정책을 촘촘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각 지점별로 거주 시민들의 특성을 파악해, 프로그램을 더욱 세분화하여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신혜숙 서울시 고독대응과장은 "혼자 사는 중년이 늘어나는 시대, 외로움이 고립과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군가가 말을 건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서울마음편의점'을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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