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통신권 궤도 올랐지만…OTT 합병·망 사용료는 제자리
입력 2026.04.15 11:34
수정 2026.04.15 13:36
출범 10개월, '디지털 기본권' 확립 성과 가시화
통신비 하락 유도하지만…실효성 논란은 숙제
온플법·인앱결제 등 글로벌 통상 마찰에 '공회전'
통합 OTT 육성, 주주 간 이해관계에 발목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통신3사 공동선언식' 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재헌 SK텔레콤 대표, 배경훈 부총리, 박윤영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재명 정부가 출범 10개월을 맞은 가운데 기본통신권 확대,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등은 본궤도에 올랐지만 망 사용료, 플랫폼 규제 등 이해관계가 얽힌 과제들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통신·뉴미디어 분야에서 디지털 기본권 확대, 미디어 생태계 혁신에 방점을 두고 ▲통신비 부담 완화·통신 인프라 확충 ▲OTT·콘텐츠 경쟁력 강화 및 K-콘텐츠 지원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플랫폼 규제 개편 ▲방송·미디어 규제·광고 제도 혁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출범 10개월…'디지털 기본권' 확립 성과 가시화
정부가 추진 중인 '기본통신권'을 위한 요금제 개편과 AI 중심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은 최근 배경훈 부총리와 통신 3사 CEO 간 간담회를 계기로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전 국민 데이터 안심요금제 도입, 5G 백홀 공공 와이파이 확대, 핵심 인프라 기술 고도화 등 정책 과제들이 지난 9일 '통신3사 CEO 간담회'에서 구체화됐다.
'통신3사 요금제 개편방향'에는 기존 3만원 후반대였던 5G 요금제 하한선을 낮춘 2만원대 5G 요금제가 포함된다. 복잡했던 LTE·5G 요금제는 통합·간소화된다.
LTE·5G 데이터 요금제에는 요금 인상 없이 '데이터 안심옵션(QoS)'이 기본 포함되며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해서는 음성·문자가 무제한으로 개편된다. 관련 요금 체계 개편은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3호선 객차 내에 5G 라우터가 설치된 모습.ⓒLG유플러스
통신비 하락 유도하지만…실효성 논란은 숙제
다만 국민 수혜가 두드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작지 않다. 이통사 5G 요금제는 이미 QoS를 기본 제공하고 있어 체감되는 변화가 크지 않은 데다, 이번 QoS 적용 확대에서 알뜰폰은 제외돼 이용자에게 수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QoS가 전면 도입되더라도 400kbps 속도로는 이용자들이 편익을 누리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과기부는 요금제 개편과 관련해 "MVNO(알뜰폰)로 확대할 것이지만, (이통)3사와 협의해 먼저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하철 와이파이의 경우, LTE 기반에서 5G 기반으로 고도화하며, 대규모 재난 상황에 대비해 소방청 긴급 구조 통신 등 서비스 도입도 추진한다. 고속철 구간에는 공동망 2.0 기술 적용 등으로 연내 경부 호남 전 구간, 내년까지 전국 모든 구간의 품질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통신사들은 정부 중점 과제인 'AI 고속도로' 완성을 위해 차세대 지능형 네트워크 등 투자를 작년 대비 15% 늘리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6G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해당 서비스는 2028년 시범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2027년 가동 예정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조감도 ⓒSK그룹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도 주요 과제다. 'AIDC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4일 국회 과방위를 통과해 법사위,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와 전력구매계약(PPA) 특례 내용이 반영됐다.
단통법 폐지에 따른 하위 법령 제정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정상 운영되면서 비로소 속도가 나고 있다.
방미통위는 지난 10일 첫 전체회의에서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부당한 지원금 차별 행위 제재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단통법 폐지 이후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한 행정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온플법·인앱결제 등 글로벌 통상 마찰에 '공회전'
통신비 부담 완화·통신 인프라 확충 등에서는 정부가 대체로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빅테크 등 해외 사업자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주요 정책과제는 공회전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다. 대형 플랫폼의 독점·불공정 행위를 막고 소상공인·소비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 뿐 아니라 구글, 애플 등 해외 사업자까지 포괄해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가 커지면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에 여당은 입점업체, 소상공인 보호에 초점을 둔 거래공정화법을 우선 추진하는 방침을 세웠으나 4월 현재까지 입법 속도는 나지 않고 있다.
정부 공약인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 보완 입법도 난항이다. 금지법은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거나 접근·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됐으나, 구글·애플이 외부결제 수단에 대해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윌슨 화이트(Wilson White) 구글 글로벌 공공정책 총괄 부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카라 베일리(Kara Bailey)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략 담당 부사장(오른쪽에서 첫번째)과 면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이에 ‘앱 마켓사업자 영업보복 금지법’이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미국이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한다'며 규제 문제를 노골적으로 지적해 결실을 맺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구글은 연말까지 10%포인트(p) 낮아진 인앱 결제 수수료를 한국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정부에 전달했다.
'공정한 망 이용 계약 제도화'도 미국 측이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반대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ISP(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는 유튜브·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급성장으로 망을 오가는 트래픽이 늘자 망 사용료를 운영 주체인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자(CP)도 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통합 OTT 육성, 주주 간 이해관계에 발목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간 대가 산정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콘텐츠 사용료 갈등은 유료방송업계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생존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는 매출 규모와 콘텐츠 사용료를 연동해 사용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인 방미통위가 시장 내 자율 협상 체계를 어떻게 뒷받침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통합 OTT 육성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주자 시절 언급된 사항이다.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티빙-웨이브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완전 통합은 티빙 2대 주주 KT스튜디오지니 등 주주 간 이해관계로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빙 대주주 CJ ENM은 최근 왓챠 인수의향서를 제출, 국내 OTT 장악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왓챠 로고ⓒ왓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