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주비 대출? ‘전입의무 약정서’ 먼저”…6·27대책 혼란 가시화 [대출 봉쇄]
입력 2026.04.14 16:05
수정 2026.04.14 16:06
기존주택 처분 및 전입의무 약정 시 이주비 대출 실행
“이해 안 되지만 대출 막히니 방법도 없어” 조합원들 ‘한숨’
실거주 의무도 ‘모호’…겹규제로 은행도 시장도 혼선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을 받기 위해서 ‘전입의무 약정서’를 은행에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연합뉴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을 받기 위해서 ‘전입의무 약정서’를 은행에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책 발표 이후 실제 이주비 대출을 일으킨 사례가 하나둘씩 나오면서 시장은 물론 은행에서도 크고 작은 혼선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주택구입목적 성격이 아닌 이주비 대출에 전입의무 조건이 붙으면서 금융당국의 압박이 과도하단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14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소재 개포주공5단지 조합원들은 올 1월 이주 개시에 앞서 이주비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KB국민은행에 ‘전입의무 약정서’를 제출했다.
은행은 6·27대책에 따른 절차란 설명이다. 데일리안 취재 결과 시중은행 대부분이 대동소이한 내용의 약정서를 마련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약정서는 은행별로 만들어서 당국의 승인을 받고 사용하는 거라 완벽하진 않지만, 기본적인 틀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표된 6·27대책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 다주택자의 추가 주담대 차단, 6개월 내 전입 의무 등을 골자로 한다.
이는 이주비 대출, 잔금대출, 경락자금대출 등에 모두 적용된다.
한 시중은행에서 6·27대책 이후 이주비 대출 취급 시 받고 있는 추가약정서.ⓒ데일리안
약정서는 무주택자 또는 1주택(분양권 및 조합원 입주권 등 포함) 이상 주택 소유자가 수도권·규제지역 소재 주택을 구입할 때, 기존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구입 주택에 전입해야 한단 내용을 담고 있다.
대환 성격의 이주비 대출 역시 일반 주담대와 동일하게 취급하겠단 것이다.
조합원은 재건축이 마무리된 뒤 신축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이후 6개월 내 기존주택을 처분하거나 전입을 완료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간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이 제한되는 등 패널티가 부여된다.
다만 이주비 대출 상환 후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가 아닌 대출을 받을 시점에 전입의무 약정서를 제출하도록 하면서 조합원들의 혼란이 커졌다.
개포주공5단지 조합 측은 “관련 내용을 조합원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은행을 선정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알게 되면서 조합원들이 모두 놀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비 대출에 전입의무를 끼워 넣은 것이 이해가 안 되고 이상하다는 반응들이었지만, 약정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이주비를 받을 수 없다고 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시중은행 안팎으로도 이주비 대출에 대한 전입의무 부여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에 전입의무는 없다”며 해당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가 아닌 전입의무여서 신고만 하고 바로 전세를 놓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서울 전역이 지정돼 있기 때문에 전입의무와 동시에 실거주 의무도 발생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장 가운데 6·27대책의 영향권에 드는 단지는 40곳, 3만1000가구 규모에 이른다.
이달 들어 송파구 가락삼익맨숀과 서초구 신반포12차가 이주를 시작했고, 여의도 대교, 강남 개포주공6·7단지, 강서구 방화3구역, 용산구 산호 등 연이어 이주 대기 중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은 말 그대로 ‘이주’를 돕는 대출인데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집에 대한 전입을 요구하는 건 아무리 실거주를 강조하더라도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주 후 준공까지 3~5년,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으면 10년까지 내다봐야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조합원의 경제적 여건이나 가족 구성원 변동 등이 생길 수 있는데 미리 전입에 대한 확약을 받는 건 과도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