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중, 잠수함 사망 사고에… 경영진 안전 대책 '비상'
입력 2026.04.13 16:25
수정 2026.04.13 17:12
HD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 공시
잠수함 정비 중 화재에 60대 직원 사망
빈번한 사고…하청 많은 조선업 구조적 문제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HD현대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중대재해’ 반복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월 트레일러 사고 이후 추가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회사가 그간 강조한 고강도 안전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정비 중이던 잠수함 ‘홍범도함’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 47명 가운데 46명은 화재 직후 긴급 대피했으나, 협력 업체 소속 60대 여성 노동자는 내부에 고립된지 약 33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지점은 1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하고 감전·폭발 위험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사고 직후 고개를 숙였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며 “관계 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균 부회장과 금석호 사장도 담화문을 통해 “중대재해 원천 차단을 목표로 고강도 안전 정책을 시행해 왔음에도 회사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사과했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 중대재해가 잦은 사업장으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번 잠수함 화재와 지난해 트레일러 교통 사고 외에도 2024년 2월에는 메탄올 탱크 내부 배관 작업 중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해 1월에는 스키딩 작업 중 상부 구조물이 붕괴되며 노동자가 끼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회사는 전사적 차원의 ‘더 세이프 케어’ 도입과 함께 한시적으로 ‘특별안전점검팀’을 운영하며 안전 관리 강화를 추진해왔다. 협력사를 포함한 작업장을 대상으로 추락·끼임·화재 등 주요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위반 시 작업 중지 등 강력한 제재를 병행했다.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찾아 점검에 나서는 등의 ‘현장 중심 안전 관리’도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 업체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청의 안전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해졌다. 특히 하청 중심 구조 속에서 ‘안전 관리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조합은 이번 사고에 대해 즉각 ‘예견된 인재’라는 입장을 전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잠수함은 화재 시 탈출이 극도로 제한되는 폐쇄 공간”이라며 “이 같은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적절한 안전 대책을 마련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고 구역이 밀폐 공간임에도 2인 1조 작업 원칙이 준수되지 않았고, 대피 경로 확보와 비상 대응 체계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또한 초기 진화 과정에서 납축전지 배터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응으로 전기 쇼트 등 2차 사고 위험까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조선업 특유의 구조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대 현대중공업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조선업 중대재해의 상당수가 협력 업체 소속 노동자에게서 발생한다”며 “하청 중심 구조 속에서 안전 교육과 보호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구조적 문제를 짚는다. HD현대중공업은 “원청·하청의 구분 없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건설·조선업의 특성상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위험 작업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익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건설·조선업은 현장 중심의 산업이다 보니 팀 단위로 인력을 모집해 일용직 형태로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다단계 하청 구조가 형성되고, 충분한 안전 교육이나 작업 지시 없이 위험 업무에 투입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민주노총 자료에서도 제조업 사망 사고의 80~90% 가량이 비정규직 직원들에 집중됐다는 통계가 있었던 만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