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마지막 금통위…중동발 불확실성에 7회 연속 '동결'
입력 2026.04.10 15:36
수정 2026.04.10 15:48
중동 전쟁이 바꾼 대외 여건…안개 속 정책
1500원 돌파 환율 안정에 총력…물가도 상향
이 총재 퇴임…"포워드 가이던스 안착 당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동결 기조는 이로써 일곱 차례 연속 이어지게 됐다.
이번 결정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중 마지막 금통위로, 위원 7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위원 7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동결한 배경에는 지난 2월 이후 발생한 중동 전쟁이 자리 잡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에너지 인프라 훼손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경제의 성장 하방 압력과 물가 상방 압력을 동시에 높였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판단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사태의 추이와 파급 영향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정책 결정을 유보한 것이 아니라, 공급 충격의 지속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세계 경제 역시 당초 전망보다 성장세가 약화되고 인플레이션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최근 2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일부 완화됐으나, 종전 합의까지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내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1분기까지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나, 중동 사태 이후 심리지표가 위축됐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였던 2.0%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수출이 견조하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하방 압력을 일부 완화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내수 위축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가 상황도 녹록지 않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2.2%를 기록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모두 지난 2월 전망치(각각 2.2%, 2.1%)를 상당 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효과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번 금통위에서 주요 화두는 단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 전쟁 여파로 한때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임시 휴전 소식에 소폭 하락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환율 상승이 과거와 달리 외국인 주식 순매도세에 의해 주도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 주식 매도 액수는 478억 달러로, 작년 한 해 전체(70억 달러) 규모의 7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 총재는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 "이란 사태가 안정되면 그 이전에 환율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간 것만큼 빠르게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레벨 자체를 과거와 비교하기보다 달러 인덱스와의 격차, 변동 속도를 보고 정책을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고령화 등으로 인해 구조적 고환율 시대에 진입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또 외환보유고 개입은 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일시적 조정 역할임을 명확히 했다.
부동산 및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수도권 집중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공급과 수요 조절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기는 어렵다"며 "이번 정부 뿐만 아니라 다음 정부도 계속돼서 부동산 가격 문제는 성공시켰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재정 적자가 아닌 초과 세수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다만 세수의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교육 예산에 배정하는 현행 교육 교부금 제도의 경직성을 지적했다.
평생 교육과 노인 빈곤 해결 등으로 예산 활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를 끝으로 임기를 마치는 이 총재는 지난 4년간의 소회를 전했다.
그는 특히 '한국형 점도표'로 불리는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6개월 금리 전망 공표) 도입에 대해 "시장이 이를 '조건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총재 교체에 따른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특히 이창용 총재와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가 주요 현안에 대해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책의 연속성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에 대해 두 사람의 진단은 일치했다.
이 총재는 "이란 사태가 현시점에서 마무리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신 후보자 역시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현재로서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후보자를 향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방어막을 쳤다.
신 후보자의 해외 자산 보유 논란과 관련해 "해외 인재를 모셔 오는데 외화 자산이 있다고 해서 여러 우려를 하는 것은 너무 크게 고려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축했다.
이어 "신 교수의 애국심이 가진 자산보다 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후임자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