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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퍼펙트스톰-정책] 중동 변수에 흔들린 농업…에너지 의존 구조 과제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6.04.08 14:05
수정 2026.04.10 08:36

에너지·원자재 가격 변동 농자재 전반 확산

공급망 분산·대체 자원 확보 구조 전환 필요

한 농부가 옥수수 밭에 비료를 주고 있다. ⓒ뉴시스

중동 전쟁이 40일째를 맞으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우리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위기를 맞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동 전쟁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종전 이후에도 한반도에 머무를 강력한 중동발 태풍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중동 변수에 따라 농업까지 흔들리는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의존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료와 사료, 농업용 필름 등 핵심 농자재가 외부 충격에 연동되는 구조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에너지·원자재 연동 구조…농업·식품 산업 등까지 전이


농업은 생산 단계부터 에너지와 원자재에 깊게 묶여 있는 산업이다. 비료는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요소에 의존하고, 사료는 수입 곡물과 해상운임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농업용 필름과 시설 자재는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이 구조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원료 가격과 운송비, 시설 운영비가 동시에 움직인다. 하나의 변수 변화가 여러 비용 항목으로 확산된다.


원유 가격 상승은 나프타 가격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비료와 필름, 포장재 등으로 연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비료용 요소의 중동 의존도는 43.7%이고, 이 가운데 38.4%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 정세가 흔들리면 원료 수급이 곧바로 비료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중동산 국제 요소값은 2월 27일 t당 493달러에서 3월 23일 780달러로 58.2% 올랐다.


사료도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사료 원료인 곡물은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대두박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t당 315.2달러로 연초 대비 8.3%, 옥수수는 1부셸당 4.52달러로 3.4% 상승했다. 양계·양돈용 평균 사료 가격도 지난해 11월 ㎏당 597원에서 올해 2월 615원으로 3.0% 올랐다.


축산 생산비에서 사료비가 40~60%를 차지하는 만큼, 원료 가격 상승은 축산 농가 경영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공급 구조가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요 원료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구조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가격뿐 아니라 수급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조는 식품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품 산업 또한 나프타 기반 포장재에 의존하고 있고, 물류비 역시 유류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준다. 나프타는 과자·라면 포장지, 음료 용기 등 대부분의 식품포장재에 사용되는 합성수지의 핵심원료다. 나프타 가격상승은 곧 식품기업의 제조원가 증가로 이어진다.


시설원예 농가의 부담도 변수로 작용한다. 비닐하우스 난방은 등유와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는 구조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난방비 증가로 직결된다. 난방비는 시설원예 생산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채소·과채류 생산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유통 단계에서도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농산물은 생산 이후 저장·운송 과정에서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아 유류 가격 상승이 물류비 증가로 이어진다. 생산비와 유통비가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에서 최종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농협 자재센터에 비료가 보관돼 있다. ⓒ뉴시스
공급망 분산·사용 절감…구조 전환 필요성 커져


외부 변수에 의존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외부 변수에 따라 반복적으로 비용 충격이 발생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유사한 상황은 계속 재현될 수밖에 없다.


공급망 분산과 대체 원료 확보, 자원 효율화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정 지역과 원자재에 집중된 구조를 완화하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토양 관리와 유기자원 활용을 확대하는 등 외부 원료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이다. 실제로 질소비료 사용량은 표준 대비 약 18% 과잉 투입되는 것으로 조사돼, 사용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사용 구조를 바꾸는 방안도 거론된다. 시설원예 농가의 경우 난방비 비중이 높은 만큼 전기 기반 설비나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등을 통해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원료 조달선 다변화와 재고 관리 체계 고도화가 과제로 꼽힌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수입 구조를 분산하고 가격 급등 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비축과 계약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중동 상황 모니터링체계’를 가동하고 농자재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또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국가식품클러스터내 입주기업의 산업단지 내 ‘물류 공동 집하·배송시스템’을 도입한다.


기존에는 기업별로 택배사와 개별 계약을 체결하면서 물류비가 높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단지 내 기업 물량을 통합하여 공동계약을 체결하고, 기업 물량을 한 곳에 모아서 배송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 내 원료중계공급센터를 집하장으로 지정하여 물류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식품기업이 기존 합성수지 포장재를 친환경 포장재로 전환할 경우, 식품진흥원의 기업지원 시설·장비를 활용해 포장재 시험·분석, 제품 안전성 검증, 적용 가능성 평가 등도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동 전쟁 등과 같은 외부 변수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급 관리와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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