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퍼펙트스톰-건설] 나프타 품귀 현상에 건자재 ‘수급 불안’...“건설현장 셧다운 위기”
입력 2026.04.08 10:00
수정 2026.04.08 15:10
나프타 수급 대란, 레미콘 생산 중단 가시화
대조1구역 재개발, 준공 반 년 앞두고 주요 자재 공급 중단
“러-우 전쟁 때와 차원이 다르다”…공사비고점 고착화 우려
ⓒ뉴시스
중동 전쟁이 40일을 넘기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우리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위기를 맞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동 전쟁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종전 이후에도 한반도에 머무를 강력한 중동발 태풍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중동전쟁 장기화 여파로 건설현장 전반에 셧다운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나프타 수급 대란이 현실화로 레미콘, 페인트, 단열재 등 주요 자재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다. 이에 따라 건설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가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체감 강도가 더 크다는 반응도 나온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중동발 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건설현장 비상경제 TF’를 구성하고 건자재 수급 상황 점검 등에 착수했다.
건자재 수급 불안의 핵심 원인은 원유 및 나프타 공급 차질이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대부분의 건설자재 생산에 활용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단열재, 방수재 등 나프타 수급에 영향을 받는 자재들이 있는데, 생산 공장에서 제작 중단을 이야기하며 관련 자재 수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자재 수급이 지연되는 만큼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고,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 될수록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레미콘의 경우 원료인 혼화재 공급이 막히면서 생산 차질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혼화제는 나프타에서 추출한 에틸렌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프타 대란이 지속되면 레미콘 생산은 차질을 빚게 되고 결국 건설 현장 중단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선 이달 말이면 혼화재 비축량이 소진돼 다음 달부터 레미콘 생산 중단이 현실화 될 수 있단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혼화제가 레미콘 생산에 차지하는 비율은 1% 내외 수준이지만 이를 대체할 재료가 없어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레미콘 제조가 어렵다”며 “이달 말까지는 계약된 혼화제 물량이 있으니 제조가 가능한데, 다음 달부터는 장담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우 전쟁 때는 원자재값이 오르긴 했지만 원료 수급을 다변화하면서 자재 생산을 할 수는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엔 레미콘 제조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공사 막바지인 현장에선 준공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례로 올해 10월 준공 예정인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장은 필수자재 반입 중단으로 준공 지연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지난달 26일 조합에 공사비 인상 요청과 함께, 도장용 프라이머·신나, 타일용 에폭시 접착제·실란트, 욕실 천장재, 마루용 본드 등 일부 자재 공급 중단 상황을 알리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준공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공사비 상승이 예상된다. 원유 수급 불안과 환율 상승 등으로 자잿값이 오르고 있는 데다 물류비 부담도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했을 때도 공사비가 급등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100수준이던 건설공사비지수가 러-우 전쟁을 겪으며 2024년 초 130 수준으로 30%가량 뛴 이후 지난 2월 133.69까지 올랐다.
건설업계에선 이미 공사비가 높게 오른 상황에서 중동 전쟁으로 인한 추가 상승 압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쟁 종료 후에도 공사비 부담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결국 공사비 인상은 분양가 상승과 건설업계의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건설산업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여파는 러-우 전쟁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오를 것”이라며 “이번 전쟁으로 석유화학시설들이 손상됐다. 전쟁 후 석유화학시설 복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원유가격도 전쟁 전으로 안정화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