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가전 구독' 넘어 '피지컬 AI'로…체질 전환 본격화(종합)
입력 2026.04.07 12:00
수정 2026.04.07 12:00
‘구독’이 바꾼 LG 가전 패러다임 주목
구광모의 '실리콘밸리 AX 전환' 속도
로봇 액추에이터…엔비디아 파트너십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피지컬AI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공동창업자와 휴머노이드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LG
LG전자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가전 제조사를 넘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품 판매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를 B2B(기업 간 거래)와 구독으로 재편한 ‘논하드웨어(Non-HW)’ 전략이 성과로 증명된 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챙기는 ‘피지컬 AI’가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9% 증가한 1조673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 10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적자를 냈으나 한 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 역시 23조73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 늘어 1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번 실적 반등의 중심에는 ‘가전’이 있다. 고물가 시대에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춘 구독 모델이 인기를 얻으며 ‘잠금(Lock-in) 효과’를 발휘했다. 여기에 웹(web)OS 플랫폼 사업과 온라인 판매 비중 확대 등 고수익 사업으로의 체질 개선이 가전 시장의 침체를 뚫어내는 열쇠가 됐다.
사업부별로는 생활가전(HS)이 프리미엄과 볼륨존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았고, TV(MS) 사업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전 분기 적자를 털어냈다. 전장(VS) 사업 역시 견조한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궤도에 올라섰다.
미래 먹거리인 냉난방공조(HVAC) 사업도 주목된다. AI 데이터센터 건립 붐으로 열관리 시스템 수요가 증가하며 전담 조직 출범 2년 만에 5000억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황이다. 아직 데이터센터향 실적 기여는 시작 단계지만 연내 북미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사업 구조 고도화는 구광모 회장의 글로벌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구 회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팔란티어와 스킬드AI 등 AI 선도 기업들과 연쇄 회동하며 ‘AX(AI 전환)’ 전략을 직접 점검했다. 특히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보틱 파운데이션 모델(RFM) 분야 협력을 살피며 제조 현장과 가전에 피지컬 AI를 접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업계는 LG전자가 이번 실적을 기점으로 기업 가치 재평가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이 최근 정기 주총에서 선언한 로봇 핵심 부품 ‘액추에이터’ 자체 양산 계획이 대표적이다. 로봇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부품을 내재화해 AI부터 배터리, 디스플레이로 이어지는 로봇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 2026에서 휴머노이드 파트너로 LG전자를 언급, 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가전과 전장, 공조기 사업에서 지능형 에이전트 차원의 협력이 예상되는데,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장과 경쟁력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하반기 경영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미국의 완제품 25% 관세 포고령과 중동 리스크에 따른 물류비 상승이 원가 압박 요소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관세 영향이 적은 멕시코와 미국 테네시 공장의 생산 비중을 높이는 ‘생산지 유연화’로 대응할 방침이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지난 3년간 실적 정체와 신성장 동력 부재 리스크가 해소되는 초입에 진입했다”며 “실적 반등과 함께 데이터센터용 HVAC, 로봇 관련 신사업이 구체화되고 있고, 전장사업도 중동 리스크로 인한 유류비 인상이 오히려 북미 내 전기차 판매량을 자극할 수 있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