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뛰는 '월드컵 특수' 옛말…식음료업계, '골든타임 실종' 난색
입력 2026.04.07 07:00
수정 2026.04.07 07:00
한국, '2026 월드컵' 오전 시간대 경기
자영업자·소비자들도 "큰 기대 안 해"
외식·주류업계 고심…"전략 세우는 중"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와의 경기가 열리는 지난 2022년 11월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붉은악마들이 경기를 시청하며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뉴시스
전 세계인의 축제로 꼽히는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지만, 국내 식음료업계의 표정이 밝지 만은 않다.
오는 6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 편성에서 한국 대표팀 경기가 통상 퇴근 후 저녁 시간대가 아닌 평일 오전으로 정해지면서, '치맥(치킨+맥주) 특수' 등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 탓이다. 업계에서는 소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월드컵 대목을 준비하기 위한 전략 검토에 나서고 있다.
7일 식품·주류·음료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월드컵 특수에 대비하기 위한 전사적 차원의 논의는 진행 중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개막까지 두 달여 시간이 남은 가운데, 과거 월드컵 때는 대대적인 응원 열기 속 관련 업계가 덩달아 호황을 누렸다면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경기 시간대가 사실상 직장인 대부분이 업무를 보는 시간 대에 포진돼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한국 국가대표팀은 오는 6월 12일 오전 11시 체코와의 1차전을 치르고,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2·3차전도 각각 19일과 25일 오전 10시에 개최된다. 이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회가 자정 전후에 열렸던 점을 감안하면 경기를 즐기기엔 상당히 이른 시간대인 만큼, 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카타르 월드컵 당시 치킨프랜차이즈 매출의 경우 BHC는 전월 대비 2배 늘었고, BBQ는 1.7배, 교촌치킨은 1.4배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 시간이 공개 이후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오전부터 누가 치맥 먹겠나' '16강 올라가지 않는 이상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고, 애초 32강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등의 자조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기대치가 낮은 모양새다.
서울 용산에서 만난 김 모 씨(30대·남)는 "경기 개최시간이 최소 점심 시간대라면 식사 중에라도 볼 텐데, 애매한 시간대라 주말에 재방송으로 보려 해도 이미 경기 결과를 알게 될 것 같아 이번 월드컵은 건너뛰려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최 모씨(30대·남)는 "오전·오후 반차 쓰기도 애매한 데다 경기 불황에 월드컵 한다고 지갑을 열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지난 2018년 7월 18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 ‘2018 대구 치맥페스티벌’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시원한 맥주와 다양한 치킨을 맛보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업계에서도 월드컵을 앞두고 뚜렷한 전략 세우기가 난감한 모양새다.
하이트진로에서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손흥민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최근 테라 브랜드 모델로 손흥민을 발탁하고 '테라 X SON7'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는 한편 TV 광고 시리즈를 공개하며 협업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다만 이 역시도 월드컵 특수를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모델이 손흥민 선수라는 점에서 단기간 브랜드 파워를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이번 월드컵은 특수를 누린다기보다 '인도어'(indoor·내수) 시장을 겨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아직 뚜렷한 해법을 정해 놓지는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경기 시간대가 직장인 출근 시간대와 겹친 데다 경기 불황으로 추락한 소비 심리, 그리고 축구를 둘러싼 다양한 악재까지 겹쳐 여러 방면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도 "아직 월드컵 마케팅 관련해 구체적 전략을 확립하기엔 시간이 남아 있기에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유일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카스(오비맥주)도 월드컵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 구상에 한창이다.
회사 측은 "오프라인 거리 응원전이나 뷰(View) 파티를 한다든지 하는 안이 제시되고 있는 상태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른 경기 시간대에 맞춰 점심 시간 등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는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심이 깊어지기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월드컵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준비는 하겠지만, 축구에 대한 관심도 낮고 시차도 맞지 않아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기회를 잘 살려보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