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남들이 보면 ‘그렇고 그런 사이’ [D:쇼트 시네마(155)]
입력 2026.04.06 07:12
수정 2026.04.06 09:13
김경래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던 정 팀장(정승민 분)은 옥상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의사와 환자를 발견하고, 두 사람이 단순한 관계가 아닌 듯한 분위기에 의문을 품는다. 마침 합류한 이 팀장(이유하 분)과 함께 두 사람을 관찰하며 관계를 추측하던 중, 환자인 여성이 눈물을 흘리다 웃음을 터뜨리자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이때 손 대리(손준영 분)가 라이터를 빌리러 나타나고, 이 팀장은 신 대리(김경래 분)에게 휴가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손 대리가 자리를 떠난 뒤에도 두 팀장은 계속해서 의사와 환자를 주시한다.
그러나 장면이 전환되며 상황은 뒤집힌다. 손 대리와 신 대리 역시 창문 너머로 정 팀장과 이 팀장을 바라보며 두 사람의 관계를 수상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 서로를 관찰하고 의심하는 시선이 교차하며, 인물 간 관계에 대한 오해와 추측이 반복되는 구조가 드러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관찰하는 자와 관찰당하는 자의 위치가 뒤집힌다는 데 있다. 타인의 관계를 단편적인 장면과 표정만으로 재단하려는 시선은 결국 또 다른 타인의 시선 속에서 그대로 되돌아온다.
누군가를 쉽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태도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그리고 그 시선 자체가 얼마나 쉽게 오해를 낳는 지를 드러낸다.
동시에 일상 속에서 무심히 흘려보내는 타인의 이야기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관음적 시선까지 은근하게 건드린다.
이 짧은 에피소드는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일방성과 그것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재치 있게 드러낸다. 러닝타임 8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