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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경쟁 진출 3년 공백… 한국영화, 이번엔 끊어낼까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4.04 07:59
수정 2026.04.04 07:59

나홍진 감독, 10년 만에 '곡성' 이후 첫 연출작

4월 9일 발표

제78회 칸 국제영화제를 앞두고 한국 영화계가 다시 한 번 경쟁 부문 복귀 가능성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최근 외신 할리우드 리포트는 올해 칸 라인업 예측 기사에서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유력 초청 후보로 지목하며, 글로벌 캐스팅과 장르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으로 평가했다.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 정주리 감독의 '도라' 역시 해외 매체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세 작품 가운데 가장 관심이 쏠리는 작품은 '호프'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마을 청년들로부터 호랑이 출현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긴장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역대급 스케일의 프로젝트로 기획된 이 작품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준비된 카드'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장르 연출에 강점을 보여온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시선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2012년 '돼지의 왕'으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감독주간에 초청된 이후, 2016년 '부산행'으로 미드나잇 스크리닝, 2020년 '반도'로 비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칸과 꾸준히 접점을 이어온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 역시 이번 초청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장르적 상업성과 국제 영화제 경험을 동시에 축적해온 연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는 비교적 제한된 제작비 안에서 서사의 밀도를 끌어올리고 긴장감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필모그래피와는 또 다른 결의 연출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CJ ENM이 유럽 영화제 전략 타이틀로 설정한 점까지 맞물리며, 산업적 기획과 연출 방향이 함께 작동하는 사례로도 읽힌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 역시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다. '도희야'와 '다음 소희'로 칸과 접점을 이어온 정 감독의 신작으로, 프로이트가 1900년 히스테리 환자에게 붙인 가명에서 제목을 차용했다. 프랑스 투자를 유치한 점도 칸과의 연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한국영화와 칸의 인연은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시작됐다. 이후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통해 경쟁 부문에 처음 진입했고, 202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어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2007년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2009년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다시 한번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정점을 찍었고, 2022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주춤한 상태다. 한국영화는 2023년 이후 경쟁 부문 진입이 이어지지 않았고, 특히 2025년 제78회 영화제에서는 경쟁과 비경쟁 모두에서 초청작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2013년 이후 약 12년 만의 사례로, 단일 해의 결과라기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추세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영화계에서는 코로나 이후 극장 수익 구조가 흔들리며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한 프로젝트에 자본이 쏠리는 현상을 주요 배경으로 짚는다. 이 과정에서 칸이 선호하는 작가주의 기반의 중·저예산 영화 제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 구조의 부침 속에 영화계 전반의 여건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올해 거론된 작품들이 다시 칸의 문을 열어낼 수 있을지, 한국영화의 다음 흐름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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