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김혜윤 "공포 장르 도전, 정말 설레고 기다렸던 순간" [D:인터뷰]
입력 2026.04.05 14:11
수정 2026.04.05 14:11
늘 밝고 생기 있는 얼굴로 기억되던 김혜윤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결의 감정으로 스크린을 채웠다. 공포 영화 '살목지'에서 그는 무너진 내면과 불안한 시선을 지닌 인물로 변주하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또 다른 온도를 끌어올린다.
'살목지'는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된 저수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살목지라 불리는 저수지 인근 로드뷰에 알 수 없는 형체가 찍히고, 이를 재촬영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에 잠든 존재와 마주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김혜윤은 극 중 로드뷰 재촬영을 위해 살목지를 찾는 온로드미디어 PD 수인 역을 맡았다.
ⓒ쇼박스
평소 ‘장르물 마니아’를 자처해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면서도 현장의 에너지를 온전히 즐겼다는 김혜윤은, 공포 장르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공포 콘텐츠도 진짜 많이 보고 공포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에 영화 찍는 것도 너무 재밌었고, 홍보 콘텐츠 찍을 때도 정말 즐겁게 했습니다."
김혜윤에게 공포는 단순히 무서운 것을 넘어, 팽팽한 긴장 끝에 찾아오는 짜릿한 해소의 장르였다. '살목지'를 선택한 이유 역시 장르 팬으로서 느낀 순수한 흥미와 배우로서 마주한 참신한 소재에 있었다.
"저는 공포 영화나 스릴러가 긴장감이랑 궁금증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결말로 해소가 되잖아요. 그 순간이 되게 쾌감으로 다가와서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번 작품처럼 공포 장르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설레고 기대됐어요. 시나리오도 너무 재미있었고, 물귀신이라는 소재도 충분히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수인이라는 캐릭터가 다른 공포 영화 캐릭터들과 다르게 절제되어 있고, 어딘가 찌들어 있는 모습이 있어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간 '어쩌다 발견한 하루', '선재 업고 튀어' 등을 통해 비타민 같은 밝고 당찬 에너지를 뿜어냈던 김혜윤이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밝은 에너지 뒤에 숨겨두었던 어둡고 예민한 감수성을 수인이라는 인물을 통해 가감 없이 터뜨린다.
"수인이 캐릭터를 만들 때 감독님께서 물에 대한 공포와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라고 말씀해주셨고, 죄책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지쳐 보이는 상태를 기본으로 가져가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어딘가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한 상태를 표현하려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수인이 유일하게 자신의 바닥을 보여줄 수 있는 존재는 전 연인 기태다. 겉으로는 차갑게 밀어내면서도 무의식중에 그를 찾는 수인의 모순적인 태도는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혜윤은 설명되지 않은 과거의 시간들까지 현재의 감정에 압축해 녹여내며, 기태 앞에서만 드러나는 수인의 무방비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기태는 수인이가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연인 설정이다 보니까 평소에는 좀 퉁명스럽게 대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가장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관계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전사가 영화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다 보니까 그 감정들을 압축해서 보여주려고 했고요,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런 상태가 느껴질 수 있도록 연기에 집중했어요."
대본을 수백 번 탐독하고 직접 현장을 누빈 주연 배우에게도 '살목지'의 완성본은 피부에 와닿는 서늘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촬영 중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서사와 감각적인 후반 작업이 더해진 결과물을 마주한 뒤, 자신감을 다시 한번 갖게 됐다.
"촬영을 하지 않았던 장면들에서는 저도 놀라기도 했고요. 공포 영화는 편집이나 음악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영화관에서 들으니까 훨씬 더 크게 다가와서 무섭더라고요. 시나리오로는 어느 타이밍에 뭐가 나오는지 알고 있어도 또 다르게 느껴졌어요."
ⓒ쇼박스
극 중 저수지의 음산한 공포가 스크린을 채우지만, 카메라 밖 현장은 이종원, 윤재찬, 장다야 등 또래 배우들이 뿜어내는 젊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주변을 밝히는 성격인 김혜윤은 동료 배우들과의 끈끈한 호흡을 작품의 가장 큰 동력으로 꼽았다.
"저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현장에서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편이거든요. 이번 작품에서도 또래 배우들이 많아서 금방 친해졌고, 그런 케미스트리가 영화에서도 잘 나온 것 같아요."
김혜윤에게 필모그래피는 단순한 경력을 넘어, 그 시기 자신의 감정과 열정, 그리고 생각을 오롯이 기록할 수 있는 일기장과 같다. 매 순간 마주하는 캐릭터 속에 당시의 고민과 에너지를 투영하며 자신만의 성장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시나리오가 재미있는지,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인지가 중요한데요. 돌이켜보면 제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들에 끌리는 것 같아요."
김혜윤의 행보에는 쉼표가 없다. 영화 '살목지' 개봉을 앞둔 현재, 차기작이 영화 '랜드', '고딩형사', 드라마 '굿파트너2'까지 확정돼 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부담은 있는데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그 캐릭터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코미디 작품도 촬영하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