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텃밭 위기에 당 균열설까지?…국민의힘 뒤흔드는 컷오프 여진
입력 2026.03.25 00:10
수정 2026.03.25 00:10
대구 컷오프에 주호영 '법적 절차 카드' 만지작
이진숙 "재심 청구"…커지는 대구시장 위기설
'공관위·지도부' 내서도 컷오프 관련 갈등 커져
당내선 "갈등 최소한으로 줄여야…못하면 패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 등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혁신 서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후보 컷오프(공천 배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촉발된 여진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대구시장 후보 컷오프가 당내에 큰 충격을 전하면서 공관위 및 지도부 내 균열설까지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컷오프 대상인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법적 조치나 재심 신청 등 강한 반발에 나서면서 보수텃밭인 대구에서조차 위기설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주 부의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부당한 컷오프에 사법적인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힌 이후 현재는 법원에 가처분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시장 예비후보 자격을 회복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 경선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대구시민과 당원들의 선택을 받을 자신이 있다"면서 공천 배제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발이 당 공관위와 지도부에 수용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나는 공관위원장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불편함과 비판을 피하지 않겠다"며 "사사로운 판단은 없다. 오직 국민과 당의 미래만 생각했고 나는 아픈 길을 선택했다"고 공천 전면 재검토에 대해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장동혁 대표도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구시장 후보 컷오프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공천 과정에서는 당을 위해 일정 부분 희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간극을 좁혀야 한다. 공관위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컷오프 결정을 사실상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최고위원회의 재의 등 당내 구제 수단이 사라진 상태다.
이처럼 컷오프 충격이 커지면서 당내에선 '대구시장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라도 대구시장 출마를 강행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보수 지지층의 표가 쪼개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뿐만 아니라 중도적 색채를 가진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하게 될 경우 표심이 김 전 총리 쪽으로 쏠릴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아직까지 '그래도 대구'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진짜 아니다. 지금 대구도 위험하다"며 "흩어질 수 있는 표를 하나로 모으는게 중요하다. 공천 관련해서 잡음이 생기는걸 혁신이라고 표현하는데 절대 아니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동시에 당내에선 대구시장 위기설은 6월 3일 지선이 열릴 때까지 유예 기한이 있지만, 현재 진행형인 '내부 갈등설'을 풀어내지 못하면 공관위와 지도부를 향한 신뢰를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갈등설은 지난 12일 공관위원회의에서부터 표출되기 시작했다. 당시 이정현 위원장이 대구시장에 출마한 중진 의원(주호영·윤재옥·추경호)들에 대한 큰 폭의 감점이나 컷오프를 주장하자, 일부 공관위원들이 '기준 없는 감점'에 반발해 이 위원장과 마찰을 빚으면서다. 이는 이튿날(13일) "내가 생각했던 혁신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말과 함께 이 위원장이 직을 내던지는 사태로까지 확대됐다.
주호영 국회부의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뿐만 아니라 지난 16일엔 공천 전권을 약속 받고 복귀한 이 위원장이 부산시장 공천 과정을 논의하는 공관위원회의에서 박형준 시장에 대한 컷오프를 주장하면서 갈등이 폭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해당 공관위원회의에서 '혁신공천'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경선 대신 박 시장의 경쟁자인 주진우 의원에게 단수공천을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꺼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관위원들이 이 위원장의 의견에 반발하며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극심한 이견이 표출됐다.
이 같은 갈등은 금새 마무리 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위원장이 다음날인 지난 17일 부산시장 후보를 경선으로 선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일부 봉합되는 모습을 보여서다. 아울러 장동혁 대표는 지난 22일 또 다른 공천 잡음의 진원지인 대구를 직접 찾아 대구지역 의원들과 회동하면서 "공천 과정에서 여러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 당대표로서 죄송스럽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후 장 대표는 '시민 공천'이란 방식을 꺼내들며 사실상 '경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약속은 당일(22일) 공관위에 의해 깨졌다. 이 위원장이 당일 오후 공관위원회의를 열고 주 부의장과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컷오프를 결정하면서다. 문제는 해당 일에는 대구시장 공천 논의는 예정에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공관위 회의에서 '대구시장 컷오프 안건'을 올렸고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터져나왔다.
이 자리에서 정희용 사무총장과 최수진 의원은 이 위원장의 주장에 반대했고, 서지영 의원은 기권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장 대표도 20여 분간 통화하며 설득했지만 이 위원장은 컷오프 방침을 관철했다. 이후 정희용 총장은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와 이날(24일) 원내대책회의에 불참한데 이어, 이날 오후 열린 공관위원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정 총장이 공관위 또는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이야기에 당내에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어떤 사안을 논의하다보면 서로 의견이 안 맞을 수도 있고, 다른 얘기를 하다보면 부딪힐 수도 있는 것이지 그걸 갈등으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며 "정 총장도 이 위원장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순히 의견이 안 맞은 걸로 보는게 맞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갈등의 불씨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인 만큼, 더 이상의 잡음이 나오지 않게 합일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컷오프된 후보들의 반발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공관위 내부에서의 갈등이 표출되는 모습은 선거와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미 갈등이란 갈등은 다 겪었다. 더 이상 갈등이 나오거나 하면 국민들뿐 아니라 당원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 더 이상의 갈등을 겪으면 우리는 진다"며 "이정현 위원장도 고집을 조금만 내려놓고 장동혁 대표도 의원들과 민심을 조금만 더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