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수백채씩 산다”…이젠 임대사업자도 다주택 투기꾼?
입력 2026.02.09 17:58
수정 2026.02.09 18:08
이재명 대통령, 이틀 연속 등록임대 제도 겨냥 발언
“매입임대 허용해야 하나…양도세 중과 제외도 손봐야”
“아파트 아닌데”…비아파트 임대사업자 반발에 서민 주거 ‘불똥’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부동산 규제 칼날이 이번엔 임대사업자로 향하고 있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면제 등 세제 혜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등록임대사업을 다주택자들의 부동산 투기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대인들의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업계에선 서민 주거 안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틀 연속 등록임대주택 제도와 관련해 세제 혜택을 손봐야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7년 활성화된 민간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청년 등 서민들에게 안정적으로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제도화됐다.
집주인들에게 의무 임대기간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5%) 등 규제를 가한 대신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지원했다.
매입임대·세금 혜택 지적…“등록임대 물량 쏟아지면 공급 효과 있어”
이 대통령은 전날인 8일 “임대용 주택을 건축했다면 몰라도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얼마든지 사모을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며 “한 사람이 수백 채씩 집을 사모으도록 허용하면 수만 채 집을 지어 공급한들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건설임대가 아닌 매입임대를 계속 허용할지 의견을 묻는다”고 덧붙였다.
이틀날인 9일에는 양도세 중과 면제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내 등록 임대주택 약 30만가구(아파트 약 5만가구)는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감면과 영구적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라는 특혜를 받는다”며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면 재산세, 종부세 감면혜택은 사라지지만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특혜는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기간 종료 후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도 일반 임대주택과 동일해야 공평하다”며 “의무임대기간과 일정한 양도세 중과 제외 기간이 지난 등록임대 다주택이 일반 다주택처럼 시장에 나오면 수십만 가구 공급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대사업자들에 적용되는 과도한 세제 혜택은 손질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의무임대에 대한 보상은 임대 기간 동안 취득세, 보유세, 재산세 감면 및 일정 기간 양도세 중과 제외로 충분한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양도세 중과 제외 특혜에 대해 부작용을 고려해 “일정기간이 지난 후 없애거나 점차적으로 폐지하는 방안도 있다”며 “대상을 아파트로만 한정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부연했다.
ⓒ데일리안 DB
“비아파트 임대시장 위축…월세부담 키울 것”
이처럼 이 대통령이 등록임대 제도에 지적을 이어가며 관련 규제 강화 전망에 무게가 실리자 임대사업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전날 매입임대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아파트는 이미 등록임대 대상에 제외됐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의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다고 하더라도 주택시장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아파트 매입임대(임대기간 8년)는 지난 2020년 7·10 대책 때 단기임대(4년) 제도와 함께 폐지된 바 있다. 기존 임대 등록한 아파트들도 의무임대기간이 경과하면 자동 등록말소되므로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관련 물량이 시장에 나온다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이에 등록임대 제도 손질이 오히려 비아파트에 의존하는 민간 임대시장을 크게 흔들 경우 서민 주거 불안정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회장은 “매입임대를 통해 등록되는 임대주택은 빌라, 다가구, 다세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택이며 아파트는 등록 대상이 아니다”며 “비아파트 임대시장을 위축시키는 정책은 1인가구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선택지를 줄이고 월세 부담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매입임대 시장 접근성을 크게 높이면서 임대사업자들의 어려움을 키운 것도 불안 요인이다.
지난해 9·7 대책으로 매입임대 사업자의 담보대출비율(LTV)을 0%로 낮췄고 10·15 대책 때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매입임대가 종부세 합산 배제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코리빙하우스 등 민간임대주택 운영 기업들도 기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 후 임대로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유지하기 어렵단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건설임대를 통한 임대주택 공급도 기업이 아닌 개인으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공급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민간임대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부동산 투기로 같이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임대관련 정책이 단기적이고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건설형의 경우 부지를 매입해 개발해야 하는 만큼 공급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며 “노후화된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하는 등 빠르게 좋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이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