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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먼저 움직인다…재계, 자사주 매입·소각 '선제 확산'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2.06 06:00
수정 2026.02.06 06:00

주요그룹 주주환원 강화…시장 신뢰·기업가치 재평가 기대

자사주 운용 전략 재편…법 이후 경영 환경에 미리 적응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잇따라 나서며 주주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법 시행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의 정책 드라이브가 재계의 자사주 보유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그룹들은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을 병행하며 주주환원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 급증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자사주 취득·소각 흐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6조원 넘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도 3조487억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하며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소각을 단행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 1530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 예정 금액은 12조2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상장사 자사주 소각규모인 23조원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말까지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연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자사주 매입분은 임직원 보상 목적 없이 전량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올해 안에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순이익 감소 국면에서도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LG전자도 최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말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향후 2년간 2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LG전자는 매입한 자사주에 대해 향후 정책에 따라 소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이 자리하고 있다.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에 각각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3일 해당 법안을 심사했으며, 공청회 필요성 제기 등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계는 그간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경영권 방어 수단을 약화시키고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해 왔다. 다만 정책 방향성이 명확해진 데다, 법안 통과 이후의 경영 환경 역시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우호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주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지난해부터 법안의 통과는 예상된 시나리오였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기업들이 정책 방향성에 맞게 준비하고 엑션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자사주를 보유하는 목적이 다르지만, 최근에는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는 것이 오히려 주주와 기업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여건이 유리한 시점에 매입·소각을 통해 부담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강력한 주주환원 수단인 동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아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가 커진 점도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증시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코스피 5000, 6000을 바라보며 상승하는 국면이 기업들의 자사주 전략 변화에 동력을 준 것"이라며 "이는 기업도 주주들도 모두 윈윈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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