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관세 인상 철회 확답 못 들은 한국…결정은 여전히 미국에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6.02.06 05:00
수정 2026.02.06 05:00

"성공적 회담" 자찬하더니… '투자 이행' 덫에

대미투자특별법, 국면 완화 '유일한 돌파구'?

미국, 관보 게재 준비 '실무적 압박' 수위 고조

윤희숙 "국민·통상 파트너 미국 모두 속였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관련 합의문을 발표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송 원내대표, 한 원내대표,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뉴시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한미 관세 문제가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자 '약속'이 아닌 '이행'을 문제 삼아 관세 재인상을 압박하면서, 관세 문제는 외교 현안을 넘어 정국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관세 철회나 보류에 대한 미국 측의 명확한 확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아, 관세 발효 여부를 둘러싼 주도권은 미국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외교·통상 라인을 총동원해 관세 인상 저지에 나섰지만, 대통령실은 관련 발언을 자제한 채 공개 대응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여야 합의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논의에 착수하며 대응에 나섰다. 결국 이번 관세 논란은 합의 성과에 대한 정부의 자평보다, 그 이후를 관리하지 못한 정치적 판단과 대응 역량을 시험하는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5일 정치권에서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속도가 현재로선 관세 국면을 완화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사유로 한국산 자동차와 목재·의약품 등에 국가별 관세인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를 행정적으로 공식화하는 관보 게재도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한미 관세 협상 성과를 계속해서 강조해왔지만, 입법 공백을 둘러싼 정부 대응의 허점이 부각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합의했다.


여야는 전날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미 관세합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따라 지난해 11월 발의된 법안으로, 투자기금 설치 등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다음달 9일 이전에 처리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와 국회 절차에는 협조하고 있지만, 관세 불확실성 국면을 불러온 정부의 대응에 대한 책임론까지 수그러든 상황은 아니다. 관세 리스크가 불식되지 않음에 따라 한미 안보 패키지 논의에까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외교라인의 잇단 방미에도 불구하고 관세 국면을 전환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야당의 공세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전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통상 협상을 제때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옳으냐 그르냐, 그런 문제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눈앞에 닥친 현실을 인정하고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권 내 경제통인 윤희숙 전 의원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지 못한 채 귀국한 점을 거론하며, 정부 대응 전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그는 풀죽은 모습으로 미행정부가 관세 25%의 인상을 공식화하는 중이란 소식을 전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국민을 속였다. 그리고 국민을 속이듯 통상 파트너인 미국도 속이려고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자화자찬한 것처럼 정말 성공적 회담이라면 우리 국민과 상대국 모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 투자이행 협의를 제대로 진행했어야 했다"며 "정부와 여당은 이제 와서 국회탓을 하며 미국의 오해를 풀겠다고 하지만 도대체 누가 그걸 믿겠느냐. 특검법과 정보통신망법 10분의 1의 노력만 했어도, 대미투자특별법은 벌써 통과되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관세 문제를 둘러싼 외교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촉구하며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관세 압박 국면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교체 필요성을 거론했다. 김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원상복구를 언급하기 직전 방미해 JD 밴스 부통령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공교롭게도 면담 후 미국의 관세 독촉장이 나오면서 김 총리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한편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의 입법 시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설득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현재의 관세 갈등 국면이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적이 한미 관세 합의 파기보다는 신속한 대미 투자 이행을 통한 정치적 성과 과시에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관세 인상 여부를 둘러싼 주도권이 미국에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 정부로서는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출렁이는 불확실성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