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악 '경북산불' 유발 실화자 2명 집행유예…법조계 "산불 관련 법 개정 필요 있어"
입력 2026.01.16 12:38
수정 2026.01.16 12:39
대구지법 의성지원,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 피고인들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재판부 "피해 매우 중대하나…다른 산불과의 결합 등 피고인들이 사전 예견할 수 없었어"
법조계 "과실과 사망 사이 다른 요인 개입 가능성 배제하기 어려워"
"책임 오롯이 실화자에게만 묻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이 '경북 산불' 당시 전소돼 폐허가 돼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해 3월 역대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경북 산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예전부터 산불 관련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라며 "사상자를 발생하게 한 경우 형량을 최소 두 배로 올리는 등으로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의성지원 형사1단독 문혁 판사는 이날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묘객 신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과수원 임차인 정모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했다.
신씨는 지난해 3월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조부모 묘에 자라난 어린나무를 태우려고 나무에 불을 붙였다가 대형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같은 날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 한 과수원에서 영농 부산물을 태우다가 대형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정도가 매우 중대하나 당시 극도로 건조한 날씨로 다른 산불과의 결합 등을 피고인들이 사전에 예견할 수 없었다"며 "부상 및 사망 등 인명피해를 피고인들 행위와 연관 지으려면 상당한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하나, 제출된 증거로는 명확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4월24일 경북 의성군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에서 '경북 산불'과 관련해 산림보호법상 실화 혐의를 받는 50대 성묘객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법원 판단과 관련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과실범의 경우 인과관계 입증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유는) 재판부도 설시한 것처럼 피해의 정도가 극심하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라며 "즉, 과실과 사망 사이에 다른 요인도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결과의 책임을 오롯이 실화자에게만 묻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사람이 사망하는 등 큰 산불로 번졌지만, 그런 결과를 인식하거나 예상하지 못했고 과실 산불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라며 "과실범의 경우는 인과관계 입증이 더욱 어렵다. 사망까지로 결과 책임을 인정시키면 너무 인과관계가 확장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기후조건(건조, 강풍 등)이 (피해 확산에) 한몫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예전부터 산불 관련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라며 "사상자를 발생하게 한 경우 형량을 최소 두 배로 올리는 등으로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 미비, 입법 공백 상태로 인해 발생한 사태"라며 "업무상과실, 중과실 치사상죄에 버금가는 정도로 산림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3월 22일 경북 의성군 안계면과 안평면 두 지점에서 발화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인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4개 시·군으로 번졌다. 이 산불로 의성과 안동 등 5개 시·군에서 사망 26명, 부상 31명 등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피해 면적은 역대 최대인 9만9289ha로 집계됐으며, 3500여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