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셔틀외교 공고화…과거사 진전·CPTPP 의지 확인
입력 2026.01.15 00:15
수정 2026.01.15 00:15
李대통령, 1박 2일 방일 일정 마치고 14일 귀국
조세이 탄광DNA감정 추진·日 수산물 수입 규제 관련 논의 진행
한미일 협력 중요성 인식 재확인…한일중 협력엔 온도차 확연
다카이치 파격 '오모테나시 외교' 눈길…드럼 합주·호류지 방문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현지 시간) 나라현 회담장에서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극진한 환대 속에서 1박 2일간의 셔틀외교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과 영부인 김혜경 여사는 14일 오후 7시 40분께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전날(13일) 일본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나라현에서 100여 분간 '소인수·확대회담'을 진행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약 22분간 '추가 환담'을 가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두 정상 간 유대를 깊이 하고자 하는 일본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만찬은 약 105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두 정상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만남을 가졌었다. 청와대는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가 완전히 정착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공급망 등 경제 협력 강화부터 대북 정책까지 다양한 의제가 다뤄졌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일본 오사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CPTPP 가입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며 "향후 실무부서 간 협의가 더 필요한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수산물 수입 문제에 대해선 "식품 안전에 대한 일본 측의 설명이 있었고, 우리는 설명을 청취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CPTPP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데, 일본은 우리 측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완화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CPTPP는 일본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회원국은 일본·캐나다·호주 등 12개국이다.
위 실장은 한일 공급망 협력에 대해서는 "공급망 협력 의지는 정상 간에도 표명이 됐다"며 "그 이전에 실무 간에도 여러 논의가 있어서 협력을 제고하기 위한 작업들이 진전을 보고 있다"고 했다.
'중국을 의식해 일본과의 공급망 협력에 대한 언급을 공동 언론 발표 등에서는 제외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급망은 중요한 문제인 만큼 여러 나라와 협력하는 것이고 중국과도 공급망을 협력한다고 한 바 있다"고 했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선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에도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다.
위 실장은 "과거사 현안과 관련해 인도주의적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양국 정상이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서 설명드린 대로 1942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현장에서 지난 8월에 발견된 유해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위해 관계 당국 간 협력을 해 나가기로 했다. 이 문제는 단독회담에서 주요 현안 중 다카이치 총리께서 첫 번째로 제기한 이슈"라고 했다.
위 실장은 "유족들의 오랜 염원을 실현하는 첫걸음이자 한일이 공유하는 인권과 인도주의 가치를 토대로 과거사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가 될 것"이라며 "과거사 현안은 현안대로 노력하고 미래를 위한 협력 과제는 그것대로 협력해 가면서 한일 양국이 진정으로 더 가까워지고 협력의 질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간 다카이치 총리가 강경한 입장을 내비쳐온 독도 관련 논의는 없었다.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함께했지만, 일중 갈등을 두고선 온도차 확연히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동북아 지역 한중일 3국이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밝혔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공동 언론 발표문엔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만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번 방일의 가장 큰 성과로 양 정상이 구축한 개인적인 친분과 신뢰 관계를 꼽았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의 파격적인 '오모테나시(일본 특유의 환대) 외교'는 큰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13일(현지 시간) 일본 나라현 회담장에서 일본 측이 마련한 푸른색 유니폼을 함께 착용하고 일본의 대표적인 악기 브랜드인 '펄' 드럼 앞에 나란히 앉아 즉석 드럼 합주를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다카이치 총리는 관례를 깨고 이 대통령의 방일 첫날 숙소 앞에서 직접 영접하며 극진하게 예우했다.
또 환담 행사에서 양 정상은 깜짝 드럼 합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푸른색 옷을 나란히 착용한 양국 정상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골든'과 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드럼을 함께 연주했다. 연주를 마친 뒤에는 서로의 드럼 스틱에 서명한 뒤 교환했다.
나라현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호류지(법륭사)를 둘러볼 때도 다카이치 총리는 먼저 도착해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과 함께 나라현의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를 방문해 금당벽화를 관람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위 실장은 "특별 일정으로 일본 측은 일반인의 관람이 통제된 수장고를 개방해 과거 화재로 훼손돼 엄격하게 보존 관리되고 있는 호류지 금당벽화의 원본을 양 정상께 보여드렸다"며 "우리 대통령의 최초 '나라 방문'에 대해 일본 측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환대로 평가할 수 있겠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을 차량 앞에서 배웅했다. 이 대통령이 차량에 탄 뒤에도 다카이치 총리가 다가와 열린 창문 사이로 악수하는 등 세 차례나 양국 정상이 작별에 앞서 악수하기도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4일(현지 시간) 나라현의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친교 행사를 마친 뒤 영송하고 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