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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희 영암군수 “주민의 삶이 기준이 되는 ‘영암형 행정’으로 승부”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1.01 10:03
수정 2026.01.01 10:03

민선 8기 출범 이후 3년은 영암군 행정 전반에 적지 않은 변곡점으로 꼽힌다.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영암은 각종 정책 실험과 행정 변화로 주목받아 왔고, 최근에는 ‘지방소멸 대응의 실험지’라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다만 외부의 평가와 별개로, 그 변화의 무게와 속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한 사람은 군수 자신일 수밖에 없다.


ⓒ영암군청

우승희 군수는 지난 3년을 돌아보며, 영암이 지금 어떤 지점에 와 있는 지에 대해 먼저 ‘변화의 과정’이라는 말부터 꺼냈다.


"시대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변화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선8기 시작과 함께 저는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이야기했고, 지금까지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 우승희와 함께 근무했던 그 기간이 공직자들에게 자부심이 될 것이고, 영암군이 크게 변화한 기관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이죠. 공직자 스스로의 역량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고, 믿고 함께 가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변화는 결과로 확인습니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월출산국립공원생태탐방원 등 국가기관 2곳을 유치했고, 국도비 5200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공모사업 300건 가까이 선정되면서 군정의 추진력이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국제바둑연수원, 안전체험교육장, 어선건조지원센터 같은 핵심 사업이 정부 예산에 반영되며, 영암이 준비해 온 방향이 더 뚜렷해졌습니다."


미래산업의 흐름도 분명하다. 영암은 2.1GW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RE100 산업단지를 준비하고 있고, 전남 서부권 최초로 수소도시에도 선정됐다. 이런 변화는 산업 전환을 넘어, 지역의 미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 군수는 에너지 전환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이 지역의 부담이 아니라 기회가 되도록, 기본사회 영암 구상도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인구 회복, 그리고 에너지 전환 과정의 지역 수용성은 끝까지 풀어가야 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영암은 이제 방향을 잡았고, 남은 과제는 그 방향을 지속하고 확장하는 일입니다. 군민의 일상에서 변화가 더 또렷해지도록 계속 챙기겠습니다."


영암군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는 '영암형 모델'이 자주 언급된다. 에너지와 농업, 관광, 복지 등 여러 영역에서 중앙 정책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지역 여건에 맞게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승희 군수는 이러한 접근이 왜 필요했는지, 그리고 '영암형'이라는 이름에 담긴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앙 정책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지역 여건에 맞게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앙에서 어떤 정책을 하더라도 실행은 결국 지역에서 이뤄지는데,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중앙 보조 사업을 집행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실제로 만족하는지, 어떤 성과와 문제가 있는지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 불만은 늘 비슷했습니다. 제가 8년간 도의원을 하면서 들었던 주민들의 목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잘된 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분도 있었지만, 요구 사항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주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그것이 '영암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가장 먼저 적용된 분야가 농정이다. 우 군수는 농업이 각종 보조 사업이 집중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생산 이후의 유통·가격 구조에서는 지역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왔다고 진단했다.


"농업 분야는 보조 사업이 가장 많은 영역이지만, 현장에서는 정책 방향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또 영암의 농특산물은 품질이 매우 좋음에도 불구하고 제 값을 받지 못했습니다. 영암 쌀과 대봉감, 배 등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이 제 값을 받지 못하고 다른 지역 이름으로 유통되는 현실도 있었습니다. 고구마 역시 맛은 뛰어나지만 더 비싼 가격이나 가공품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무화과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재배했지만, 점유율은 현재 50%대로 떨어졌습니다. 소비자 선호가 높은 청무화과가 아닌, 기존의 적색 무화과 중심 생산 구조도 한계였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영암군청

우 군수가 말하는 '영암형 모델'은 복지 정책에서도 같은 방향을 향한다. 지원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이 정책의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100세 시대잖아요. 복지도 어르신들이 그냥 받는 거에 만족하지 않아요. 내가 일하면서 돈도 벌고 건강도 챙기고 그러면서 이제 내가 이 나이에도 지역에 기여하고 어딘가에 참여할 수 있구나라는 어떤 만족감을 줘야 돼요. 그래야 자기 행복이 생기는 거거든요. 참여하면서 행복이 생기고요. 그래서 복지도 그냥 저희는 '효도 복지'라고 표현을 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런 어르신 일자리를 확 늘렸습니다. 이런 형태들을 흔히 이제 '영암형'이라고 저희들이 이름을 붙이고 진행을 하고 있죠."


최근 지자체들은 정주인구보다 생활인구에 주목하고 있다. 영암군도 달빛축제, 마을축제, 체류형 관광을 강조하며 '사람을 잠시 불러오는 정책'에서 '머물게 하는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


"생활 인구의 중요성도 실감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구제역으로 축제를 열지 못했을 때, 상인들로부터 '축제가 없어서 장사가 안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관광은 소비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상권과 직결된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먹거리, 청년 창업 식당을 만들고, 왕인박사 유적지 인근에 음식점을 유치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식당 때문에 주변 상권이 위축될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상권 전체가 살아났습니다. 다음 달(2026년 1월)에는 유명 배우의 남매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도 오픈합니다. 영암은 유명 인사 뿐 아니라 지역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빈 상가 청년 프로젝트,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를 병행하고 있죠. 축제와 관광을 이벤트성 방문으로 끝내지 않도록 구조를 바꿔 왔습니다. 고구마 달빛축제나 '들녘과 고목의 합창' 같은 마을축제는 주민이 직접 기획·운영하고, 농특산물 판매와 지역 소비로 이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관광객이 구경만 하고 떠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소비하고 관계를 맺도록 만드는 변화입니다. 여기에 '영암여행 1+1' 정책과 영암디지털군민증 제도를 결합해 반복 방문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방문 횟수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고, 디지털군민으로 등록해 지역 소식과 정책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한 것입니다."


앞으로는 월출산과 국립생태탐방원, 구림한옥마을, 마한역사문화센터 등을 연계해 1박 이상 머무를 수 있는 체류형 코스를 단계적으로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결국 영암 관광정책은 사람을 잠시 불러오는 정책이 아니라, 머물고 다시 돌아오는 관계인구를 만들어 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구마 달빛축제와 같은 마을축제는 ‘축제를 잘 치르는 것’에서 ‘지역 경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우 군수는 이 같은 변화가 인구감소 지역에 던지는 정책적 함의를 짚었다.


"저는 이런 축제 방식이 인구감소 지역에서 굉장히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축제를 한 번 열고 끝내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농업과 경제, 공동체가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처음 시도한 고구마 달빛축제도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존 달빛축제에 영암의 대표 농산물인 고구마를 결합해 축제를 즐기면서 실제 농산물을 구매하고 소비로 이어지도록 한 것입니다. 현장에서 농가와 주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축제가 지역 소득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달빛축제에 한우 판매 같은 새로운 시도도 검토하고 있고, 무화과 축제나 대봉감 축제처럼 이미 자리 잡은 농산물 축제들도 더 많은 소비와 재방문으로 이어지도록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정주인구를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 이에 영암은 축제를 통해 지역을 경험하고, 농산물을 기억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흐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관계가 남는 구조, 그것이 영암이 축제를 정책으로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결국 이런 축제들은 행사를 잘 치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농업과 공동체, 생활인구를 함께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 인구를 늘리기 위한 영암의 시도는 관광과 축제에 그치지 않는다. 영암군은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재정 확보 수단을 넘어, 외부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정책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제도가 시작될 당시 국회 보좌관으로서 정책을 접했고, 취지와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군수로서 이를 실현할 기회를 얻었고, 영암은 첫해 전국 상위권 모금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답례품으로는 영암 쌀과 한우가 전남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기부금 사용도 주민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가 소아청소년과 설치였습니다. 현재는 산후조리원도 준비 중입니다. 어르신 복지로는 이동 빨래방 등 시니어 일자리 확대, 사업 등을 운영 중이며, 경로당 작업장도 전남에서 가장 많습니다. 앞으로도 영암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의료와 돌봄, 생활과 연결된 정책을 꾸준히 만들어 가며, 다시 찾고 싶은 지역, 관계가 이어지는 지역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것이 영암이 이 제도를 관계인구 정책으로 활용하는 이유입니다."


에너지 전환과 균형발전, 지방분권을 둘러싼 국가 정책 기조 변화 속에서 영암군의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중앙 정책과의 협력 속에서 지방정부가 끝까지 지켜야 할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중앙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것과, 지역의 이익을 지키는 일은 서로 반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준이 분명해야 합니다. 정책의 방향은 함께 가되, 그 결과가 지역에 어떻게 남느냐는 끝까지 챙겨야 합니다. 영암은 에너지 전환이나 균형발전, 지방분권 같은 국가적 과제를 환영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역이 희생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정책도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일자리, 정주 여건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영암은 RE100 산업단지나 수소도시처럼 생산된 에너지가 지역 산업과 연결되는 구조를 강조해 왔습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보는 지점은 결정 과정입니다. 중앙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지역의 여건과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합니다. 영암은 정부와 협의할 때 “왜 필요한가”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 정책이 지역에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우 군수는 중앙 정책을 대하는 지방정부의 태도에 대해 속도 경쟁이 아닌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정책을 얼마나 빨리 따라가느냐보다, 그것이 지역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끝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 정책을 빨리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삶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함께 가는 것. 저는 그 균형을 지키는 것이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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