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증 정정공시…'이사회 결의 위반' 공방
입력 2025.12.31 10:27
수정 2025.12.31 14:16
환율 변동 반영한 정정공시…적법성 논란
납입일 환율 적용에 발행총액 172억 감소
이사회 결의 시점 vs 납입일 기준 놓고 충돌
고려아연 사옥 전경.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주발행금액을 정정 공시하면서 발행가액 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발행총액 조정이 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인지, 할인율 규제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오후 ‘2025년 12월 26일자 유상증자 또는 주식관련사채 등의 발행결과’에 대한 정정공시를 제출했다.
기존 공시에서는 신주발행금액을 이사회 결의 당시인 이달 12일 기준 환율을 적용한 2조8508억2821만9486원으로 기재했으나 정정공시에서는 주금 납입일인 이달 26일 기준 환율을 반영해 2조8336억6221만1325원으로 낮췄다. 환율 변동에 따라 발행금액이 약 172억원 감소한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합작법인 크루서블 조인트벤처(JV)를 대상으로 진행한 약 2조8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증자다. 고려아연은 이사회에서 신주 발행가액을 주당 877.94달러로 확정하고, 이를 직전 영업일인 12월 12일 하나은행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1469.50원)을 적용해 원화 기준 1주당 129만133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기준주가 142만9787원 대비 약 9.77% 할인된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사회 결의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제기됐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이후 납입일인 12월 26일 기준 환율은 1460.60원까지 하락했고 이를 적용하면 주당 발행금액은 약 128만20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 경우 기준주가 대비 할인율은 10%를 소폭 웃돌게 된다.
정정공시 이후 신주발행금액을 실제 발행주식수인 220만9716주로 나누면 1주당 발행금액은 약 128만2319원으로 계산된다. 이는 이사회가 결의한 1주당 발행가액인 129만133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이를 두고 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자본시장법상 할인율 규제 위반 가능성이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법은 신주 발행 시 이사회가 신주의 수와 발행가액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할인율은 기준주가 대비 최대 10%로 제한된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은 30일 오후 늦게 긴급히 정정공시를 했는데, 이사회가 원화 기준으로 1주당 발행가액을 확정했음에도 새로운 이사회 결의 없이 환율 변동을 이유로 발행금액을 낮춘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발행주식수는 유지한 채 총발행금액만 조정한 결과, 1주당 발행가액이 이사회 결의보다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근본적으로 이사회 결의 및 유상증자결정 공시에서 밝힌 ‘1주당 발행가액’을 위반한 신주발행”이라며 “고려아연은 정정공시를 통해 이번 신주발행이 명백히 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결의 이후 환율이 변동됐다는 점에서 외생변수로 변동된 내용을 반영해 원화표시를 정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사회 결의 당시의 발행조건에 따라 발행이 완료된 것은 변함이 없으며, 할인율에 대한 기존 공시를 정정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미화로 납입된 신주발행대금은 국내에서 환전절차를 거치지 않고 납입된 미화 그대로 미국에 투자금으로 송금될 예정이다. 외국환 신고도 완료해 이사회 결의일 이후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달러로 확정했다고 회사 측은 부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정정공시도 시장 친화적인 설명을 하기 위한 소통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 결의 이후 환율 변동으로 할인율이 법정 한도를 넘는 경우에 대한 명확한 선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해석이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