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메신저' 다음은…네이버·카카오, '에이전틱 AI' 포석 깔았다[2025 결산-플랫폼]
입력 2025.12.31 06:00
수정 2025.12.31 06:00
에이전틱 AI 시대 맞아 기술 고도화 및 전열 정비
네이버 '확장' vs 카카오 '축소' 엇갈린 투자 행보
네이버, '온서비스 AI' 진화한 '에이전트 N' 출시
카카오, 카톡 내 완결형 에이전틱 AI 생태계 구축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팀네이버 통합 컨퍼런스 '단25'에서 키노트세션을 진행하고 있다.ⓒ네이버
올해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본격화될 '에이전틱 AI(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전략 마련에 분주했다. 검색과 메신저라는 기존 본업에 AI를 깊숙이 이식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한편, 외부 파트너십과 투자 전략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에 대응할 수 있는 요새를 구축했다.
"체류시간 늘려라"…생태계에 AI 이식 본격화
양사는 올해 AI 전략의 무게중심을 '기술 고도화'에서 '서비스 활용도 제고'로 옮겼다.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적극 이식하며 이용자 경험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생태계 전체에 이식하는 '온서비스(On-Service) AI'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서치플랫폼(검색)과 커머스 등 주요 사업 전반에 AI를 접목해 이용자의 일상 속 경험을 혁신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검색 영역에서는 생성형 AI가 핵심 정보를 요약해 제공하는 'AI 브리핑' 도입 후 사용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AI 브리핑은 현재 전체 검색 쿼리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약 3000만명이 해당 기능을 이용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연초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글로벌 수준의 AI 기술력과 국내 5000만 이용자 기반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월 공개된 '챗GPT 포 카카오'를 통해 상용화에 나섰으며, 카카오톡 내에서 챗GPT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선물하기·멜론·맵 등과 연동되는 AI 에이전트 '카카오 툴즈'를 적용했다.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비서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시범 운영을 거치며 고도화하고 있다. 카카오톡 대화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요청하기 전 먼저 AI가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내년 1분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4일 서울 중구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전략적 제휴 체결 소식을 밝힌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카카오
네이버 '확장', 카카오 '압축'…엇갈린 투자 전략
글로벌 빅테크에 대응하기 위한 양사의 투자 전략은 뚜렷하게 갈렸다. 네이버는 이해진 의장 복귀 이후 외형 확장에 방점을 둔 반면, 카카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이 창업자의 이사회 복귀 이후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주목도가 가장 높았던 것은 단연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지분 100%를 취득해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글로벌 빅테크에 맞선 동맹 구축 차원으로 해석된다.
AI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투자 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에 나섰다.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외부 파트너십도 공고히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 연이은 회동을 통해 소버린 AI 구축과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확장 방안을 논의했으며,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 2025에서는 차세대 피지컬 AI 플랫폼 공동 개발 계획도 공개했다.
커머스 부문에서는 '스페인판 당근'으로 불리는 C2C(소비자간 거래) 왈라팝 경영권을 인수하고, 새벽배송 강자인 컬리의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신설한 테크비즈니스 사업부는 헬스케어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체성분분석 기업 인바디와 임상시험 플랫폼 제이앤피메디, 전자의무기록 서비스 기업 세나클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반면 카카오는 비핵심 계열사 다이어트를 이어갔다. 속도감 있는 계열사 정리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과 AI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말 122개였던 계열사는 올해 말 80여개까지 축소됐다.
대표적으로 포털 '다음'을 운영하던 콘텐츠CIC(사내독립기업)를 분사해 신설 법인 AXZ로 독립시켰으며, 이후 AXZ 지분 100% 매각을 두고 업스테이지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케어 사업도 정리 대상에 포함됐다.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81.7%를 차바이오그룹 계열사에 700억원에 매각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6월 5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해 발표를 진행했다.ⓒ네이버
내년 '에이전틱 AI' 시대 본격화…서비스 성격 재정의
내년 네이버와 카카오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에이전틱 AI'다.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상황에 따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형식의 에이전트를 의미한다. 양사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검색과 메신저로 한정되는 플랫폼의 성격 자체를 재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전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맞춤형 통합 대리인 '에이전트 N(Agent N)'을 통해 서비스 경험을 혁신한다. 올해 온서비스 AI를 통해 가능성을 검증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검색·쇼핑·광고·예약이 하나로 연결되는 새 생태계를 설계한다. 그 일환으로 내년 1분기 AI 쇼핑 에이전트, 2분기 통합검색 내 'AI 탭'을 공개한다. 기업과 개인을 아우르는 '에이전트 N 포 비즈니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안에서 대화부터 실행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에이전틱 AI 생태계 구축에 집중한다. 챗GPT 포 카카오에 적용된 카카오 툴즈를 모빌리티, 페이 등 그룹 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서비스로 확장하고,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주요 버티컬 서비스도 카카오톡에 연동할 방침이다. 카카오톡 내 AI 검색 서비스 '카나나 서치'도 내년 출시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체 대형언어모델 '카나나'도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사용자 명령의 맥락을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동작하는 AI 구현을 위한 언어모델 '카나나-2'를 공개했다. 에이전틱 AI 구현의 핵심인 '도구 호출 기능'과 '사용자 지시 이행 능력'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향후 복잡한 AI 에이전트 시나리오에 특화된 모델 개발과 온디바이스 경량화 모델의 고도화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