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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vs "경영권 방어"…'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재계 딜레마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2.02 13:16
수정 2025.12.02 14:07

여권, 3차 상법 개정안 연내 처리 방침

경영권 방패 역할 축소에 기업들 긴장

입법 막을 수 없어 대응책 마련 골머리

여권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공식화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여권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공식화하면서, 재계가 딜레마에 휩싸였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등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용해 온 만큼, 자사주 소각이 강제되면 경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1·2차 상법 개정안 처리 때처럼 3차 개정안 역시 국회 통과를 저지할 수 없다고 보고 재계는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일 발의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한다. 기보유 자사주는 법 시행일 이후 일정한 사유 발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6개월의 추가 유예 기간을 부여한다.


회사가 신탁업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자사주를 취득하는 '간접 취득'의 경우에도 취득 자체는 허용하되, 직접 취득과 동일한 절차를 적용해 신탁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했다.


다만 임직원 보상 목적, 우리사주제도 시행, 신기술 도입 및 전략적 제휴,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인 경우에는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경우 일정 기간 보유를 허용하도록 예외를 뒀다.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에는 ▲자사주 보유 또는 처분 목적 ▲대상이 되는 자사주 종류와 수 ▲ 자사주 보유 예정 기간 또는 처분 예정 시기 등이 담겨야 한다.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과 어긋나게 자사주를 보유하거나 처분하면 이사 개인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제재 조치도 담았다. 특히 자사주가 아무런 권리가 없고, 자사주의 성격이 자산이 아닌 자본임을 명시했다. 즉 자사주를 미발행주식과 같이 취급해 질권 설정, 교환사채(EB) 발행 등 그동안 자사주를 자산으로 간주해 해 왔던 행위들을 금지토록 했다.


회사 합병·분할 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처분할 때는 모든 주주에게 보유 주식 수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적대적 경영권 공격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는 기업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방어적·전략적 선택지를 확보하는 핵심 수단인데, 이를 일괄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면 외부 공격에 속수무책이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장치가 도입되지 않으면 행동주의펀드 등과의 경영권 분쟁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더스인덱스가 지난달 12일 기준으로 전자공시시스템·KRX정보데이터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SK㈜(24.8%), 미래에셋증권(23.0%), 두산(17.9%), DB손해보험(15.2%), 삼성화재(13.4%), LS(12.5%), KT&G(12.0%), HD현대(10.5%), 삼성생명(10.2%) 등은 모두 발행주식 대비 높은 비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서 자기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 중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 응답기업들은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으로 '사업재편 등 다양한 경영전략에 따른 자기주식 활용 불가'(29.8%), '경영권 방어 약화'(27.4%) 등을 꼽았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 사례와 비교해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외 주요국 가운데 자기주식 보유규제를 두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으며, 독일의 경우 자기자식 보유 비율이 자본금의 10%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은 3년 이내 처분해야 하고 기한 내 처분하지 못하면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미국·영국·일본 시총 상위 30위 기업 중 58개사(64.4%)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평균으로 비교한 경우에도 미국(24.54%), 일본(5.43%), 영국(4.93%)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유 비중(2.95%)이 적었다.


여권의 상법 개정 취지는 주주가치 환원 강화이지만,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오히려 기업의 자사주 취득 유인을 약화시켜 주가부양 효과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주주권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기주식 취득 후 1~5일간의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p 높고, 자기주식 취득 공시 이후 6개월, 1년의 장기수익률도 시장대비 각각 11.2~19.66%p, 16.4~47.91%p 높아 주가부양 효과가 확인됐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소각에 의한 단발적 주가 상승 기대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반복적인 자기주식 취득을 통한 주가부양 효과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3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응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가 올해 상반기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잔여 2500억원어치도 주주환원을 위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개정안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밀어붙이려면 최소한 기업의 방어 수단을 보완하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며 "기업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규제는 결국 투자 위축과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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