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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총 10위권, TSMC 의존 심화"…삼성 파운드리 '틈새 공략'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4.14 06:00
수정 2026.04.14 06:00

시총 상위 10개 중 8곳, TSMC에 AI칩 생산 맡겨

엔비디아·애플 선단 공정 독점…병목 현상 심화

삼성, 2나노·생산 여력 앞세워 '대안'될 수 있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끄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하나의 공장으로 수렴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에 생산을 맡기면서,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특정 기업에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쏠림' 현상 속에서 삼성 파운드리가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며 균열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증권가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8곳이 TSMC의 파운드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권에 위치한 TSMC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제외하면 사실상 상위권 기업 대부분이 TSMC를 통해 AI 칩을 생산하는 구조다.


글로벌 시총 1위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과 '블랙웰(Blackwell)' 생산을 위해 TSMC의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및 4나노 공정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점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율 확보를 위해 TSMC 의존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TSMC의 또다른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스마트폰과 PC용 칩셋인 'A19 Pro' 및 'M5' 시리즈에 최신 N3P(3nm 강화) 공정을 전면 도입했다. 애플은 TSMC의 새로운 공정이 나올 때마다 초기 물량을 가장 먼저 대량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구글,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역시 맞춤형(커스텀) AI 가속기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165억달러(약 24조원) 규모 파운드리 계약을 맺은 테슬라는 삼성과 TSMC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투트랙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AI6 칩 생산을 위해 최첨단 2나노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과 함께 테슬라에 칩을 공급할 방침이다. TSMC는 3나노 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AI5 칩 등을 생산 중이다.


이처럼 빅테크들이 TSMC 생태계를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초미세 공정과 첨단 패키징으로 갈수록 실패 비용이 커지는 가운데, 이미 성능과 수율, 공급 안정성까지 입증된 TSMC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TSMC가 오래 구축해온 레퍼런스는 다른 파운드리와는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는 TSMC 중심 구조가 오히려 병목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엔비디아, 애플 등 대형 고객사들이 선단 공정 물량을 선점하면서 다른 기업들은 생산 슬롯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로 물량을 집중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특정 구간에서는 공급 제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삼성 파운드리가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성은 그간 수율과 신뢰성 측면에서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집중해왔지만, 최근에는 생산 여력과 대응 속도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빅테크와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테슬라의 차세대 칩 생산을 수주하며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점은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 경쟁력 회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2나노 공정 수율을 약 60%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양산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이 60%를 넘어서면 유의미한 비용 절감이 가능해져 TSMC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 파운드리가 2나노 공정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많은 빅테크가 자체 칩 생산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과 가격, 양산 경쟁력 등은 TSMC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선단 공정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6.8%에서 4분기엔 7.1%로 반등했다. 이는 수율과 공정 안정성 개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형 고객사 확보와 양산 경험이 축적될수록 추가 수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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