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는 아는데 ‘자격 미달’은 모르는 회장님들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4.12.28 07:00
수정 2024.12.28 07:00
출마 기자회견서 결자해지 외치며 연임 의지 피력
문체부로부터 자격 정지 이상 중징계 처분과 직무 정지 통보받은 상황
반성 없이 당위성만 강조, 여론은 이미 등 돌린 지 오래
“잘못한 것에 대한 비판을 가감 없이 수용해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겠다. 경기장에서 저를 비판한 팬들의 목소리도 절대 잊지 않겠다. ‘결자해지’의 굳은 각오로 모든 힘을 다하겠다.”
갖은 논란 속에서도 연임 도전에 나선 정몽규 회장과 이기흥 회장.
도대체 왜 그렇게 대한축구협회장이, 대한체육회장이 하고 싶냐고 물어보니 두 사람 모두 ‘결자해지’를 외쳤다.
정몽규 회장은 최근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는 지난 12년간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결자해지의 굳은 각오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천안축구센터 건립과 승강 시스템 완성 등 자신의 임기 중에 진행된 과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기흥 회장은 “재임으로 끝내려 했지만 대한체육회가 대내외적으로 굉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걸 도외시 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대한민국 모든 권력기관이 체육회 조사에 나섰다. 건국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편안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면 너무 무책임하다. 정리를 반드시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책임감을 앞세워 연임에 나서야 한다는 명분, 겉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승부 조작을 포함한 비리 축구인 사면 시도와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체육회를 ‘사유화’한다는 비판 속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체육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이기흥 회장은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를 통해 정 회장에 대해 자격 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청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 회장은 직무 정지를 통보받은 상황이다. 쉽게 말해서 두 사람 모두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자격 미달’이나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기흥 회장은 ‘털어도 나오는 게 없는데 국가가 왜 압박을 하는지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라는 질의에 “잘 모르겠다. 이렇게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진짜 이유를 모르겠다”며 각종 의혹들에 대해 끝까지 결백을 호소했다.
여론은 이미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심지어 축구협회와 체육회 노조마저도 성명을 통해 두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모두가 아니라고 외치고 있는데 정작 두 사람만 모른다. 아니 어쩌면 모르는 척 하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