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尹의 정치 도박, 엄청난 역풍…장기간 정치 불확실성 지속"
입력 2024.12.14 19:32
수정 2024.12.14 20:23
해외 언론들은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마자 일제히 긴급 속보로 송고했다. 이들 언론은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기간 발생하는 '권력 공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한국 상황을 홈페이지 최상단에 배치하고 “한국 국회가 토요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촉발한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겠지만 그는 선출직이 아니어서 실질적인 정치적 힘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지난 몇 년 중 가장 격동하는 시간 중 하나를 보낸 후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계엄사태 뒤 한덕수 총리 등 고위 각료들과 관련한 "다양한 형사적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리더십 공백의 잠재적 위험은 남아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의 권력 공백이 안보 우려를 낳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대통령 공백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에 의문을 갖는 내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은 “한국은 주한미군에 회의적인 트럼프에게 신뢰를 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었던 윤 대통령은 이제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위해 싸워야 하게 됐다”고 전했다.
미 AP통신은 윤 대통령이 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부터 열흘 이상 이어진 내란 사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을 날짜순으로 보도하며 "회오리바람 같은 사건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를 뒤흔들었다"고 표현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아시아 4대 경제대국의 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적 동맹이 똘똘 뭉쳐 탄핵을 반대해 주길 바랐지만, 여당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국민 담화 등 윤 대통령의 격앙된 발언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고 타전했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 등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생중계했다. CNN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도박'이 실패했다며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 개월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가 "아시아의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의 퇴진을 요구하게 만들었다"며 "그의 도박(gamble)이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고 전했다.
BBC는 “1주일 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부분이 반대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절차와 관련해) 점점 많은 사실이 드러나고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커지면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접었다”며 “윤 대통령은 계엄이 정당했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등을 돌린 국민 다수의 뜻을 이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14일 오후 4시 10분쯤 서울 특파원을 연결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CCTV는 “탄핵안이 통과되자 국회 인근에 모인 국민들이 환호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정확히 8년 만에 한국에서 ‘탄핵 시계’가 다시 돌아가게 됐다. 전례를 보면 (탄핵 여부를 결정할) 한국 헌법재판소는 내년 2월쯤 결론을 내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한국에서 다음 대통령이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대부분 탄핵소추안 표결 한두 시간 전부터 홈페이지에 특집 코너를 만들고 실시간 속보를 내보냈다. 아사히신문은 탄핵 가결 이후 절차가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넘어가며, 대통령의 권한은 한덕수 총리가 대행하지만 내정과 외교에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탄핵안 가결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한국 정국은 혼미가 계속돼 한·일관계나 대북정책비상을 비롯한 외교·안보 정책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