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승부 세계에서 승리하는 법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4.12.06 13:57
수정 2025.01.02 10:59
영화 ‘1승’
스포츠 영화는 특정 스포츠가 스토리의 중심 주제로 작용하는 영화 장르다. 스포츠 영화는 특정 스포츠를 담고는 있지만 스포츠는 영화의 중요 관심사가 아니고 승패 또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스포츠를 통해서 한 인간의 성장 과정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배구는 코트 위에서는 불꽃 스파이크가 작렬하는 스포츠지만 한국에서 영화로는 만들어진 적이 없는 종목이었다. 영화 ‘동주’와 ‘거미집’의 각본을 맡았고 영화 ‘페어러브’와 ‘조류인간’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은 배구를 소재로 대중적인 스포츠 영화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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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배구선수로 활동했던 김우진(송강호 분)은 만년 패배자다. 선수로서도 우승 경험이 적고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평균 승률이 10% 미만이며, 파직, 파면, 파산, 퇴출 여기에 이혼까지 하여 선수 생활은 물론 인생에서도 패배자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감독이다. 그러던 어느 날 대기업의 재벌 2세인 강정원(박정민 분)이 구단주가 되면서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선수들마저 다른 팀으로 이적된 상태, 이른바 떨거지 선수들만 구단에 남게 된다. 그 와중에 철부지 재벌 강정원은 핑크스톰이 한번이라도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경기마다 연패 행진을 이어가는 핑크스톰, 패배에 익숙한 김우진도 점점 울화통이 치밀고 오합지졸 선수들은 고군분투하는데, 과연 핑크스톰의 경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배구를 소재로 스포츠 영화의 즐거움을 더한다. 그동안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영화들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배구를 소재로 한 한국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스포츠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영화 ‘1승’은 단 1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다. 능력이 부족한 오합지졸 선수들을 한 데 모아 한 팀을 완성하고 승리를 위해 함께 달려가는 스토리는 지금껏 봐왔던 스포츠 영화의 전형을 따른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배구라는 소재 때문이다. 배구는 스포츠 영화로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 소재다. 그럼에도 신연식 감독은 끝없이 이어지는 공을 주고받는 랠리를 잘 담아내 진짜 배구 경기를 보고 있는 듯한 긴장감과 박진감을 만들어냈다. 여기에는 송강호, 장윤주 배우의 호흡이 연기의 맛을 살렸고 실제 배구선수 김연경, 김세진 등이 참여해 사실감과 재미를 살렸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이긴다는 뜻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경쟁하고 대결을 할 때, 상대방의 장점과 약점을 미리 파악하고 전략을 세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극 중 김우진 감독은 핑크스톰의 1승을 끌어내기 위해 전략을 새로 바꾼다. 상대방을 공략하기보다는 자기 선수들의 장단점을 철저하게 파악한 후 전략을 세운다. 6년 동안 경기에 뛰지도 못한 강지숙을 주전 세터로 옮기고 주전 세터 방수지를 센터로 옮기는 등 감독의 철저한 분석으로 기본 포지션을 완전히 싹 바꾼다. 그동안 관성으로 해왔던 역할을 탈피해 각 선수마다 장점을 최대한 살려 새롭게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선수들은 그동안 단점이라고 여겼던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감을 얻는다. 구단주는 물론 팬들까지 모두 승리를 위해 무엇이 우선되고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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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삶은 항상 치열하고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2등은 1등을 빛내기 위한 존재로만 여길 뿐, 늘상 승자만을 기억하지 아무리 열심히 과정에 충실했다고 해도 1등이라는 결과만이 주목받는 세상이다. 배구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라고는 전혀 없던 철부지 새 구단주가 공약으로 내건 1승은 영화의 제목이자 비록 패배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영화 ‘1승’은 배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바닥을 거쳐봐야 하고, 패배를 경험한 사람만이 진정한 승리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음을 전한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