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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신임 우리은행장, 흔들리는 조직 다잡기 '급선무'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11.29 10:20
수정 2024.11.29 10:20

부당대출 논란 수습·신뢰 회복 '과제'

"내부통제 혁신·기업문화 재정비부터"

금융사고 예방 만전…실적 '드라이브'

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 ⓒ우리은행

우리은행을 내년부터 이끌어 갈 새 수장으로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낙점됐다. 전직 우리금융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부당대출 논란이 일면서 조병규 현 행장이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결정한 후 새롭게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차기 행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 내정자로서는 부실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금융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실적 확대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그룹은 29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 부행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자추위의 추천을 받은 정 내정자는 다음 달 중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 요건과 적합성을 검증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돼 내년 1월부터 은행장으로서 2년 임기의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자회사 대표이사 경영승계 계획에 따라 우리은행장 후보군을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로 단계적으로 압축해 왔다. 또 은행장 후보 선정 프로그램 프로세스에 따라 해당 후보를 대상으로 객관적이고 다각적으로 역량을 검증했다는 설명이다.


프로그램은 총 4단계로, 롱리스트 후보자에 대해서는 ▲외부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최고경영자 멘토링·이사회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이렇게 압축한 숏리스트 후보를 대상으로 경영계획 프레젠테이션과 심층 면접 등 절차를 거쳐 최종 행장 후보를 확정했다.


자추위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난 9월 말 은행장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며 "이후 현 행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함에 따라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앞서 조 행장은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우리금융 이사회에 전한 상태였다. 그는 자추위에 차기 행장 후보군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후임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행장의 퇴진은 최근 우리은행을 뒤흔들고 있는 부당대출 사고에 대한 책임이자, 내부 수습에 조금이라도 속도를 더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조 행장은 지난 26일 오전 정기 임원회의에서 "마무리를 잘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라며 연말까지 흔들림 없는 업무 수행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란은 지난 8월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줬다는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로 시작됐다. 이에 더해 검찰 수사로 70억~80억원 규모의 추가 부당대출 정황도 드러났다.


다만 조 행장은 이 부당대출에 직접 연루되지 않았음에도, 사후에 위법 사실을 파악한 후 금융당국에 보고를 지연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지난 18일 우리은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로 명시됐다.


이 때문에 새 행장의 급선무는 결국 관련 사태 정리와 후속 조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잇따르는 금융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에 우선 주력해야 할 전망이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이를 위한 책무구조도를 지난 달 말 금융당국에 제출한 상태다. 내년 1월 3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내면 되지만, 이번 달부터 시행된 시범운영에 참여하기 위해 미리 제출을 완료한 것이다.


책무구조도는 이른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에 따른 조치다. 개정안은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최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골자는 책무구조도다. 금융사고 발생 시 내부통제와 관련한 책무를 확실히 정해두겠다는 취지다. 앞으로 금융사들은 임원의 직책별로 책무와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 문서인 책무기술서와 임원의 직책별 책무를 도식화한 책무체계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정 내정자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의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며 "혁신형 조직개편과 성과 중심의 인사 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제고, 신뢰받는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내부통제 강화와 동시에 실적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 점 역시 새 행장의 과제다. 각종 내우외환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우리은행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2조52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었다.


정 후보는 국내·외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해 우리은행이 필요로 하는 영업력을 갖췄고, 특히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탁월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전략 마인드와 추진력을 보유한 인물로 평가된다. 또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업무 효율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중시하는 실용형, 현장형 리더라는 평이다.


정 내정자는 1968년생으로 경북대학교 법학과를 졸업 후 1995년 입행해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현직 주요 경영진으로서의 경영 연속성 확보와 조직 쇄신을 위한 젊은 세대 교체형 행장 선임에 방점을 두고 후보군 중 적임자를 찾는데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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