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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부당대출 '판 뒤집혔다'…현직 회장까지 '정조준'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11.29 06:00
수정 2024.11.29 08:37

금융당국 '늑장 보고' 의혹 수준 넘어

"지금 수장들 재임 중에도 유사 사례"

내부통제 직접적 책임론 불가피할 듯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로고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우리금융그룹에서 불거진 손태승 전 회장 일가의 부당대출 논란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지금까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각각 수장이 되기 전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고 금융당국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의혹을 받고 있었지만, 여기에 더해 이들이 현직으로 재임하고 있는 와중에도 불법적인 거래가 이뤄졌다는 추가 폭로가 나오면서다.


단순한 늑장 보고가 아니라 현 회장·행장에게도 직접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판이 뒤집히면서, 검찰과 금융당국의 칼날은 이제 손 전 회장을 넘어 임 회장과 조 행장을 직접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유사한 사례가 현재 회장과 행장 재임 시에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 8월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줬다는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로 시작됐다. 이에 더해 검찰 수사로 70억~80억원 규모의 추가 부당대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임 회장과 조 행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문제의 부당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는지를 두고 수사를 벌여 왔다. 지난 18~19일에는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해당 영장에는 임 회장과 조 행장이 우리은행 실무진으로부터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대출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고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백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원장의 발언대로라면 최근 수 개월 간 이어져 온 우리금융 부당대출 사건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이 전직 회장 시절에 있었던 사안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를 미룬 것이란 의심을 넘어, 본인들의 임기 중에도 내부통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직접 책임론으로 확산할 수 있어서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향한 금융당국과 검찰의 투트랙 압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금감원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두 차례 연장해 진행 중이다. 당초 6주간 진행해 지난 15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두 차례 더 연장하면서 정기검사는 이번 달 말에야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원장은 "불법, 위규 사례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다음 달 중으로 종합 검사 결과를 국민과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손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지난 26일 기각되면서 다소 제동이 걸린 분위기가 됐지만, 금감원이 확인한 추가 사실을 기반으로 수사 강도는 오히려 더 거세질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현직 최고경영자들이 받는 부담은 극도로 커지게 됐다. 올해 말로 공식 임기가 끝나는 조 행장은 이미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그는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차기 행장 후보군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후임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최대 관건은 임 회장의 거취다. 임기가 2026년 3월까지로 아직 많이 남아있는 만큼, 결정적 한 방이 없다면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체면을 구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원장이 이번에 우리금융 부당대출과 관련해 새롭게 조사된 사실을 전하며 앞서 은행들이 제출한 책무구조도와 관련, 지주 회장이 그룹 전체 내부통제 총괄책임자라는 점을 굳이 못 박은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책무구조도는 이른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에 따른 조치다. 개정안은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최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골자는 책무구조도다. 금융사고 발생 시 내부통제와 관련한 책무를 확실히 정해두겠다는 취지다. 앞으로 금융사들은 임원의 직책별로 책무와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 문서인 책무기술서와 임원의 직책별 책무를 도식화한 책무체계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 원장은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지주 회장이 그룹 전체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로서 자회사 내부통제 작동 여부까지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통제의 실효적 작동을 위해 지주 회장이 책임 의식을 갖고 총괄책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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