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느니만 못해·말장난에 불과"…친한계, 윤 대통령 담화에 '한숨'
입력 2024.11.08 06:20
수정 2024.11.08 06:21
"한동훈 5대 요구 거부" 친한계 내부 평가
"여사 사태 재발 시엔 국민들 용서 안할 것"
"대통령께 계속 간곡히 청원해야" 의견과
"독소조항 없는 '金특검' 검토해야" 엇갈려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 내용이 맹탕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과 직접적인 사과도 없었고, 국정 기조 전환을 위한 인적쇄신에도 미적거렸다는 평가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5대 요구안은 모두 묵살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친한(친한동훈)계에선 윤 대통령은 물론 당을 향한 민심이 더욱 악화될 것을 염려해 당 차원에서 직접 국민을 챙기겠단 발언이나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열어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김 여사) 본인도 어찌 됐든 자신을 의도적으로 '악마화'하거나 가짜뉴스로 침소봉대로 해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요구한 '대국민사과'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해진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사과를 하긴 했는데 뭘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분명하지 않았다"며 "영부인도 국민께 염려끼친 것을 반성하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간접적이지만 분명하게 사과의 뜻을 전했어야 했는데, 대통령에게 제대로 사과하라고 주문한 것만 소개하고 그 부분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적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이 바란 건 적어도 본인이 예고했던 진솔한 사과와 해명이었다"며 "그냥 어렴풋이 앞으로 이런 일(김 여사 논란)이 없을 거라는 전제 하에 대통령이 명확한 사과를 안한 것 같은데 만에 하나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면 그 때는 진짜 국민들께서 용서 안할 것 같아서 두렵다"고 토로했다.
또 윤 대통령이 즉각적·전면적인 '인적쇄신'을 거절한 것도 한 대표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지금은 인재를 발굴·물색하고, 또 검증 과정에서 별 문제가 없어도 인사안을 내놨을 때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도 해야 하니까 빠른 시일 내에 하기 근본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며 "인적 쇄신과 관련한 (새로운 인물의) 물색과 검증을 하고 있지만, 시기는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민심이 돌아섰는데, 정책을 만드는 분들을 바꿔야한다는 게 왜 보여주기식이고 인위적이라는 얘기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방식을 바꿔야 결과가 달라지고, 방식을 바꾸기 위해 사람을 바꾸는 인적쇄신은 기본 아니겠느냐. 인위적이라는 단어는 현시점에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바라봤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을 즉각 중단해달라는 한 대표의 요구가 묵살된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대외활동과 관련해 "여론을 충분히 감안해 외교 관례와 국익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대외활동 자제가 아니라, 나와 핵심 참모 판단에 국익과 관련해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활동은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중단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친한계 한 의원은 "이미 대외활동을 중단해왔다는 얘기를 하자마자 먼저 든 생각이 '그럼 마포대교?'는 이었다. 그때 그 사진 한장으로 우리가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얘기를 들었는지 아직 대통령실에 전달이 안 된 것이냐"라며 "이렇게 어정쩡한 상황에서 김 여사의 얼굴이 또 뉴스나 사진으로 국민들에게 보이게 되면 지지율은 계속 뚝뚝 떨어질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외에도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특별감찰관 추천이 오면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부분 역시 한 대표의 요구가 묵살된 것으로 보는 당내 의견이 많았다. 그러면서 당내에선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은 "이번 담화에서 밝혀진 게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생활 일부를 제외하고 뭐가 있느냐"라며 "한 대표의 요구를 전부 거부한 것도 (한 대표를) 인정하기 싫으니까 저번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얘기를 꺼내서 이번 담화도 성사된 것이라는 걸 각인시켜주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담화"라고 아쉬워했다.
다른 국민의힘 원외 관계자도 "담화 전부터 제일 걱정했던 게 제2부속실을 꺼내서 그걸로 전부 막아보려는 시도가 나오는 것이었는데 현실화 됐다"며 "그때 그 상황에서 왜 그걸 안 했느냐라고 실망해야 하는 대목도 많았고, 공감 능력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오늘 대국민담화는 발표를 안 하는 게 더 낫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실망스러운 윤 대통령의 담화·회견으로 친한계 내부에선 "당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은 "대통령에게 요구는 할 만큼 했으니까 이젠 당이 아무것도 안 하면 같이 (지지율 등이) 동반 하락하지 않겠느냐"라며 "당에서 적절하게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친한계에서 분출되는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대통령실과 더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 쇄신 요구를 지속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앞선 친한계 의원은 "우리가 이 다음에 할 수 있는 건 계속 간곡하게 청원하는 것 말고 뭐가 있겠느냐"라며 "당내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는게 정쟁을 하자는 게 아니지 않느냐. (대통령과 정부가) 잘 되라고 한 건데 수긍이 안 됐다면 이젠 우리 목소리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가 닿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조건부로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단 강경한 의견도 나왔다. 야권이 아니라 제3자가 특검을 임명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만 있다면, 김 여사 특검법을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 대통령실과 야권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단 분석에서다.
앞서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발표가 없었던 걸 아쉬워했던 친한계 의원은 "아무래도 야당에서 특검을 임명하는 것은 공정성에서 맞지 않으니까 독소조항을 제거한 제3자 특검을 받는 방향도 한 번쯤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야당도 제3자 특검을 먼저 들고나올 것이라 생각을 못할 것이고, 우리(당)는 그런 것이라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진짜 아무 것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