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당 원외 당협위원장끼리도 설전…"한동훈 반성해야" VS "윤 선거 패배 사과했나"
입력 2024.10.24 15:31
수정 2024.10.24 15:40
'김건희 리스크' 해결책 제시한 한동훈 대표 향해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 "겸손하라"고 비판 제기
친한계 당협위원장들 "궤변으로 호도말라" 반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한동훈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결책을 놓고 심야 설전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설전은 일부 당협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한 요구를 내놓은 한 대표의 최근 발언과 행동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며 "겸손하라"거나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자, 친한(친한동훈)계 당협위원장들이 이에 반발하는 방식으로 벌어졌다.
24일 데일리안 취재에 따르면, 이준배 세종특별자치시당위원장은 전날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 '이기는 길'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한 대표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해당 글에서"최근 우리 당 지도자들이 야당의 박수 세례를 받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며 "저들의 박수는 우리 내부의 싸움을 부추기고, 자유우파 정권을 약화시키려는 그들의 야비한 계략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를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제국 말 고종 황제가 일본과 서구 세력의 내부 분열 시도를 막지 못해 나라를 잃었다는 사례를 들며 "현재 우리 당의 상황 역시 과거 대한제국이 일본의 압박을 받으며 외세에 휘둘려 몰락한 것과 유사하다"며 "종북좌파의 목표는 분열을 일으키고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약화시키려는 것이기에, 한 대표는 이에 맞서 당과 대통령을 지키는 선봉장이 돼야 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국민을 괴롭히는 적과 맞서 싸우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표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그들은 과연 어떤 조언을 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때"라며 "혹시 측근들이 한 대표에게 잘하고 있다는 착각을 안겨주며, 본인이 관심 없이 본인만의 생각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측근은 패거리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한 대표의 올바른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대통령과 멀어진 신뢰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늘 말씀하시던 격차 해소, 지금 하고 겸손하라. 겸손이 신뢰 격차 해소의 시작"이라며 "한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되찾고, 주변의 목소리를 경청해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자기반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한 대표가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가 정리된 지금, 민주당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며 이재명 방탄에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며 "그들의 저항이 거세질수록 한 대표는 그 선봉에 서서 대통령과 당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한동훈다워지는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젠 시선을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두지 말고, 국민을 괴롭히고 있는 적들을 바라봐야 한다. 그들의 횡포와 폭거에 맞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라며 "우리의 적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이들이다. 한 대표가 이러한 적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면, 국민들도 그 항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종북좌파에게 정권이 넘어가는 것은 나라를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 불행한 일에 앞장선 자들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매국노"라며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한 대표는 국가의 정체성과 안보를 지키는 중심에 서야 하며,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을 함께 걸어 나가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오자 서울 지역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글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식으로 반박했다. 다른 당협위원장들은 이에 거들거나 비판하는 의견을 내면서 순식간에 단체 카톡방이 시끄러워졌다.
이후 현재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혁 최고위원(경기 고양병)은 "어지간하면 넘어가려 했지만 너무 심하게 왜곡을 하셔서 반론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위원장의 의견을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종북좌파와 적을 언급하시는데 박영선 총리, 양정철 비서실장을 임명하려고 한 분이 누구신가"라며 "당원들이 기를 쓰고 반대하는데 김경수씨를 복권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좌파목사와 그 많은 문자를 주고받고 좌파매체에 우리 남편은 노무현(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누가 말했나. 솔직히 말해 언제부터 그리 우파셨나. 국민의힘 입당도 안 하려고 했던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는 윤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저는 민주당과 좌파들 매우 싫어하지만 민주당을 적이라고 표현하면서 알량한 적개심에 불을 지르면 우리 쪽의 과오와 잘못이 덮어지는 건가"라며 "적어도 이 방에 있는 위원장님들을 그런 빈약한 논리로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선전선동 찌라시도 아니고 적이라는 표현이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김 여사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 참으로 국민 눈높이와는 동떨어져 사시는 듯 하다"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아니면 왕조국가인가. 대통령을 왕처럼 떠 받드는 분들의 태도가 국민들에게 어떤 조롱을 받고 있는지 정말 모르나. 민주당과 이재명을 비판할 명분을 우리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끝으로 "지난 총선 때 우리가 참패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낙선한 원외당협위원장이 돼 이렇게 피눈물을 삼키고 있나. 우리가 선거운동을 덜 해서, 민주당 후보들보다 못나서 진 것인가"라며 "대통령께서 선거 패배에 대해 사과 한 마디 하신 적 있나. 강서구청장 패배 때처럼 모든 책임을 당에 떠넘기려고 하시지 않았나. 더 이상 얼마나 비겁할 수 있는건가"라고 소리 높였다.
끝으로 김 최고위원은 "제발 손바닥으로 하늘을, 궤변으로 진실을 가리지 마시기 바란다"며 "본인이 뭘 믿든,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자유지만 다른 당협위원장들까지 터무니없는 논리로 호도하려고 시도하지 말고 그런 글은 개인 페북에나 쓰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