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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어디 가서 장 볼까…전통시장? 대형마트? [데일리안이 간다 84]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09.13 05:18
수정 2024.09.13 05:18

추석 대목에 전통시장 혹은 대형마트 찾은 시민들…가격·주차·배달 유무 등에 차이점 있어

의견 각양각색 "주차난 심각하고 배달 안 되는 건 아쉽지만 저렴한 가격에 전통시장 찾아"

"대형마트, 청결하게 제품이 포장돼 있고 종류도 다양하며 전통시장 보다 접근성 좋아"

전문가 "평소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원하는 곳 방문할 것…급변화에 대응하는 전략 세워야 살아남아"

12일에 방문한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 제수용 사과(특) 3개 묶음을 1만5840원에 판매하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추석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민들은 명절 꼼꼼식 장만을 위한 장보기가 한창이다. 장보기에 나선 이들은 가격과 접근성, 위생 상태 등을 꼼꼼히 비교하며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를 찾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본인이 평소 경험해 봤던 익숙한 곳이 장보기 장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통시장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도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고 있는 유통 구조 흐름에 새로운 전략으로 적극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12일 데일리안은 서울시 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방문했다. 두 곳을 방문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차이점은 주차난과 배달 유무였다. 넓은 주차장이 있는 대형마트와 달리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주차장이 협소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이에 서울시가 9월 말까지 전통시장 주변 도로에 주정차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했지만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많은 양을 구매하는 추석 장보기 특성상 집 앞까지 배달해 주길 원하는 수요는 많지만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은 일부를 제외하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날 차량을 끌고 경동시장에 방문한 신모(63)씨는 "시장 인근 주정차를 허용해 준다는 얘기를 듣고 모처럼 차를 끌고 왔는데 주차난이 심각하다"며 "그냥 주차비를 내고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있는 경동시장의 모습. 주차 공간이 부족해 주차하지 못한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짐을 한가득 담은 장바구니 캐리어를 끌고 가던 정모(70)씨는 "이런 평지는 끌고 다니겠는데 짐이 많아 버스 타는 건 조금 힘들다"며 "마트처럼 전통시장도 배달해 주면 정말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불편함에도 시민들은 '저렴한 가격'을 이유로 전통시장을 찾았다.


실제로 사과, 배, 갈비 등 추석 성수품의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전통시장의 제수용 사과와 배는 모두 3개 기준 1만원이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제수용 사과 3개에 1만5840원, 배 3개에 1만5920원으로 전통시장보다 6000원 가까이 비쌌다.


전통시장에서 갈비찜용 갈비는 국산 돼지고기 4만8000원(4근 기준), 소고기(미국산) 7만2000원이었지만 대형마트에서는 돼지고기(국내산) 6만원, 소고기(호주산) 8만8320원으로 1만원 이상 차이 났다.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서울 시내의 34개 주요 성수품 가격을 비교한 조사 결과를 봐도 전통시장 구매비용은 24만785원, 대형마트 구매비용은 평균 28만8727원으로 전통시장이 4만7942원 저렴했다.


경동시장 내 한 수산물 가게를 찾은 손님이 진열된 생선을 눌러보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그럼에도 대형마트를 찾는 시민들은 청결함과 편리함을 강조했다. 이날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박모(49)씨는 "전통시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비위생적인 환경이다. 그런데 대형마트는 제품이 잘 포장돼 있고 청결해 자주 찾게 된다"며 "전통시장보다 접근성도 좋고 파는 물건의 종류도 다양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자주 이용하던 곳을 가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연령대가 높은 분들은 전통시장을, 쇼핑의 편리함이나 청결함 등을 원하는 사람은 대형마트를 찾을 것"이라며 "전통시장은 불편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인식을 뒤집지 못한다면 명절 장보기 문화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점차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강점 외에 대형마트와는 차별화된 전통시장만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만이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세대별로 과거에 이용했던 경험이 있는 익숙한 곳이라는 점이 명절 장보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들은 편의성 등을 고려한다는 특징도 있다"며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프라인상에서 장 보는 문화 자체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 모두 새로운 활로를 찾지 않고 기존에 내세우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점차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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