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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간 9만건'…배봉초 앞 스쿨존, 가장 많이 적발된 이유 있었네 [데일리안이 간다 83]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09.12 05:03 수정 2024.09.12 05:03

서울 동대문구 배봉초 앞 스쿨존, 6년 간 9만463건 단속되며 전국 최다 적발 구역

교통 안내 표지판이 단속 카메라 일부 가리는 게 결정적 원인…긴 내리막길도 원인 중 하나

경찰·자치구 "문제점 인지하고 있으며 개선 방안 마련 중…올해 중 조치 취할 것"

전문가 "단속 카메라 가려지면 안 돼…표지판에 가려지지 않게 재설치 해야"

지난 6년간 전국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가장 많은 단속에 적발된 서울 동대문구 배봉초 앞. 교통 안내 표지판에 무인 단속 카메라 일부가 가려져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학교 근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의 속도를 시속 30㎞ 이하로 제한하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이나 신호 위반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6년 간 전국에서 무인 단속 카메라에 가장 많이 적발된 곳은 '서울 동대문구 배봉초등학교 앞'으로 무려 9만 건이 단속됐다. 하루 평균 40건이 넘는 셈이다.


11일 데일리안이 실제 이 곳을 찾아 그 원인을 살펴보니, 길게 뻗은 내리막이라는 도로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단속 카메라가 교통 안내 표지판에 가려진 것이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단속 카메라는 공개적으로 드러나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운전자들의 시야에서 잘 보일 수 있는 곳으로 카메라를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6년간(2019년∼2024년 6월) 시·도청별 최다 단속 어린이보호구역 지점 상위 10곳' 자료에 따르면, 배봉초 앞 스쿨존에서 무인 단속 카메라에 적발된 과속·신호위반 건수는 9만463건으로 가장 많았다.


2번째로 적발 건수가 많은 곳은 대구 중구 수창초등학교 부근으로 5만9854건이었다. 배봉초 앞 스쿨존 단속 건수와 비교해 보면 3만건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날 데일리안이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는 배봉초 앞 스쿨존을 찾아 무인 단속 카메라의 위치를 직접 확인해본 결과, 단속 카메라는 배봉초 정문에서 100여m 떨어진 도로에 있었다. 다만, 해당 단속 카메라 바로 앞에는 커다란 교통 안내 표지판이 있어 카메라 일부를 가렸다. 초행길의 운전자라면 단속 카메라의 여부를 인지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또 해당 도로는 내리막길로 운전자가 액셀을 밟지 않더라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규정 속도인 30km를 가볍게 넘겼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차량들이 과속 단속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신모(59)씨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지 가끔 쌩쌩 달리는 차들이 있다. 카메라도 잘 안 보이고 도로도 넓다 보니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을 거라고 생각 못하는 것 같다"며 "저도 운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큰길에서 30km 제한이 걸리면 답답하다.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 제한 속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와 동대문구청 등은 최근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했으며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얼마 전 현장에 나가봤더니 교통 안내 표지판이 단속 카메라 일부를 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표지판 위치를 옮기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치구와 협업해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논의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대책 마련을 위한 계획 수립 단계 정도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배봉초 앞 도로는 내리막길이다 보니 순간적으로 속도 제한을 인지하지 못하면 단속에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몇 년 전 경찰 측에 단속 카메라의 위치를 지금보다 뒤쪽으로 옮겨 달라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당장 카메라 위치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도로 노면에 과속 단속 중이라는 점을 표시하고 속도위반 정도 등을 운전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과속 경보 계도 시스템' 표지판을 설치해 단속 건수를 낮출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해당 조치는 올해 중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통 안내 표지판 뒤에 있는 무인 단속 카메라. 표지판과 카메라의 간격은 1m 남짓 될 것으로 추정된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미연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교통 안내 표지판이 과속 단속 카메라와 같은 교통안전 시설을 가리면 안 된다. 일부러 가린 것이 아니라면 표지판과 카메라 간의 이격을 두고 위치를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며 "어린이들의 이동이 적은 시간대에 제한 속도를 탄력적으로 올리는 것보다는 꾸준히 시속 30km 제한을 두는 등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단속 적발 건수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현기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속 단속 카메라는 단속의 목적도 있지만 예방의 목적도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드러나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부러 숨겨 놓고 단속하려고 했다면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경찰 등에서 문제점을 인지했다면 운전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단속 카메라를 재설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개선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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