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野 상임위원장 독식'에 與 "타협 불가" 한목소리…방법론엔 이견
입력 2024.06.11 00:00
수정 2024.06.11 00:01
민주당, '법사·운영' 포함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추후 '7개 위원장'도 독식 예고
與, '규탄대회'에도 독주 제동 걸기엔 실패
"국민께 알려야" vs "우리 몫 가져야" 팽팽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법을 앞세워 11개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가져가면서 국회 독주에 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은 '절대 타협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독차지해 4년 전 독식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타협 불가란 기조를 공고히 하는 데 중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민주당에 상임위원장을 전부 내줘 독주 프레임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또 다른 쪽에선 여당인 만큼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만큼이라도 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방법론에선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모양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0일 저녁 국회 본회의를 열고 22대 국회 상반기 11개 상임위원장 선거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외한 191명 범야권 의원들이 선출한 상임위원장은 △국회운영위원장 박찬대(189표) △법제사법위원 정청래(181표) △교육위원장 김영호(187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183표) △행정안전위원장 신정훈(190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전재수(189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어기구(185표) △보건복지위원장 박주민(188표) △환경노동위원장 안호영(180표) △국토교통위원장 맹성규(186표)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박정(189표) 등이다.
국민의힘이 의장과 민주당의 결정에 분노한 이유는 이날 통과된 원 구성안이 여야 간에 협상되지 않은 결과여서다. 아울러 전통처럼 지켜지던 관례를 의장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깨트리면서 국회 내 견제와 균형의 여지를 무너뜨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대표 협상자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분초 단위로 움직이며 실낱같은 협상 가능성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핬다. 실제로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내 중진 의원들을 소집해 예정에 없던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해당 회의에서도 중진들은 하나 같이 '타협 불가'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동·미추홀을의 5선 윤상현 의원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와 운영위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자는 의견도 있다'는 물음에 "그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울산 남을을 지역구로 둔 5선 김기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 관습법이 있는데 그건(법사위·운영위 확보)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원내 협상의 키를 쥔 추 원내대표는 실낱 같은 타협 가능성을 이어가기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움직였다. 같은 날 오후 2시 30분께엔 본회의 개의를 예고한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동한 뒤, 오후 3시에는 곧바로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로 이동해 당내 의원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의총이 열리던 도중인 오후 4시께엔 재차 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간 회동이 성사되며 한 시간가량 박 원내대표와 재협상에 돌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회동에서 야당과의 협상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추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오후 7시로 예정된 재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 의장실을 찾았지만, 민주당의 독주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의장실 앞을 점거하고 "이재명 방탄 사죄하라" "우원식 의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추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갖고, 운영위원장과 과방위원장을 민주당에 넘기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박 원내대표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행된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아울러 국민의힘 소속 의원 94명은 이날 본회의에서 이뤄진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에 반발해 일괄적으로 사임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오늘 민주당도 죽었고, 국회도 죽었다. 민주당도 국회도 이재명 1인 독재 체제로 전락했고 국회의장은 민주당 의총 대변인으로 전락했다"며 "법사위원장은 제2당 몫, 운영위원장은 여당 몫은 민주당이 2당이고 여당일 때 강력히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 민주당이 지금 법사위와 운영위 강탈해 가려는 것은 결국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방탄, 대통령 탄핵정국 조성, 그리고 이를 위한 언론 장악 의도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민주당이 남은 7개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1대 전반기에도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간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방적인 운영에 민주당을 향한 민심과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며 후반기에는 11대7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했다.
향후 전망에 당내에선 '타협 불가' 입장에는 뜻을 모았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우리가 세비를 반납하면서까지 민주당 때문에 일을 못하고 있다는 방식으로 타협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며 "21대와 다르게 지금은 여당이기 때문에 여당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의무가 있지 않나. 그 두 개(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은 절대 줘선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에서 민주당이 독재를 하고 있단 걸 더 세게 알리기 위해 상임위원장을 전부 다 주는 전략을 써야 한단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며 "어차피 무슨 수를 쓰고 무슨 말을 해도 민주당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민주당이 강행하는 특검 같은 것들은 똘똘 뭉쳐 막고, 좀 더 센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이 상황을 자세히 알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