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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남중국해 인공섬에 ‘해저 요새’ 건설한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4.06.02 07:07 수정 2024.06.02 07:07

中, 3개 인공섬에 병력주둔 및 무기배치 해저 터널 공사 검토

인공섬에 군사시설 대거 설치해 수용능력 포화상태가 주요인

해저 모래층에 해수 침윤·지반침하 없는 터널 건설 공법 개발

필리핀·베트남 등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 강한 반발 불러올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인민해방군 해군을 시찰하고 있다. ⓒ 뉴시스

중국이 필리핀 등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에 대형 해저 터널 공사를 검토 중이다. 미사일과 장갑차 등 무기를 배치하고 병력을 주둔시킬 수 있는 지하 요새를 만들어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적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해양대학교 연구진은 남중국해에 조성한 인공섬에 대형 해저 터널 건설이 가능한 새로운 공법을 개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특히 해저터널 건설은 인공섬과 달리 위성에서 관측이 불가능한 까닭에 미국이나 필리핀, 베트남 등 영유권 분쟁 중인 주변국들의 감시의 눈초리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해양대 연구진은 대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섬이나 산호초에 필요한 기능이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병력이 주둔하면서 섬의 생활시설이 부족하다”며 “인공섬 해저터널은 섬에 있는 병력에게 편안한 생활조건을 제공하고 악천후에 따른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산호초에서 산호를 추출한 다음 분쇄한 뒤 다시 쌓아 해발 수미터 높이의 인공섬을 건설했다. 그런데 산호초 기반의 인공섬은 특성상 모래 기저층이 상대적으로 매우 부드럽다. 이런 인공섬에 터널을 뚫으면 물이 흘러들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인공섬에 미세한 시멘트 입자를 혼합한 슬러리(Slurry)를 수직 파이프를 통해 주입하는 새로운 공법을 개발했다. 슬러리가 산호 모래들 사이의 틈새를 메워 모래 기저층을 바위처럼 단단하게 만든 뒤 터널을 설치하는 게 새로운 공법의 원리다.


연구진은 이미 소규모 실험실 테스트를 통해 외부 해수의 침윤이나 지반 침하 등 2차 재해없이 해저터널 건설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저터널은 상·하 복층 구조로 설계됐다. 위층은 병력들의 생활 및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고 아래층은 대형 미사일 또는 장갑차 등 무기 및 군사설비의 격납고 용도로 쓰인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 피어리 크로스 암초에 건설한 인공섬에 활주로 등 각종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군사요새인 인공섬 내부에 또 다른 해저 요새를 설치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해저 터널은 고온과 다습, 높은 염분, 안개, 강한 자외선 등의 가혹한 지상의 자연조건을 초월하는 덕분에 군사장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선(九段線)을 긋고 바다 영토의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필리핀 미군기지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2014년부터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南沙群島, 필리핀명 칼라얀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의 산호초 기반 암초 7곳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기지로 활용해왔다. 필리핀의 제소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2016년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확장전략을 강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스프래틀리군도 내 7개 인공섬 중 가장 큰 3개의 인공섬에 설치하자는 예비 착공계획을 제안했다. 미스치프 암초(美濟礁)와 수비 암초(渚碧島), 피어리 크로스 암초(永暑礁)등 3곳이 해저터널 공사대상 지역이다. 연구진은 주변국들의 반발을 의식해 이번 제안이 “정부 및 군계획자들을 위한 지침일 뿐이며, 실제 건설 프로젝트의 청사진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스프래틀리군도 인공섬들의 수용능력이 포화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저터널 공사를 강행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인공섬에 ▲비행장 ▲미사일 발사대 ▲항공기 격납고 ▲레이더 시스템 등을 포함한 군사시설을 대거 설치하면서 공간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곳 지역특성상 태풍이 빈번하고 습도와 염도도 높아 군장비가 쉽게 부식한다는 이유를 들어 터널공사를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해저 터널을 건설할 경우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대만 등 5개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들 국가로서는 중국이 군사능력을 확장해 남중국해를 사실상 장악하려는 의도로 간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30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들이 필리핀 해경선(가운데)을 향해 세찬 물대포 협공을 가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중국과 최근 첨예한 갈등을 빚는 필리핀은 중국의 인공섬 건설 시도를 막기 위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4일 스프래틀리군도 사비나 암초(필리핀명 에스코다 암초, 중국명 仙賓礁)에서 중국의 매립공사 움직임과 관련해 EEZ 내 암초·산호초 등 모든 곳에 대한 순찰을 늘리는 등 경비 강화를 결정했다.


조너선 말라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해당 지역을) 우리 말고는 아무도 경비하지 않는다”면서 “이들 위치를 경비하고 이곳의 환경피해와 매립을 막는 것은 국제법상 우리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은 앞서 11일 사비나 암초에서 중국의 불법적인 인공섬 건설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해경선 1척을 파견하기도 했다. 필리핀 해경은 사비나 암초에서 중국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소규모 매립’ 활동이 포착됐으며, 부서진 채 폐사한 산호 파편 더미가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필리핀 주장이 “근거 없는 순전한 소문일 뿐”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필리핀 측에서 소문을 반복적으로 유포하고 의도적으로 중국을 음해하며 국제사회를 오도하려 하지만 소용없을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해양 분쟁을 해결하는 올바른 길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사비나 암초는 필리핀 서부 팔라완섬에서 서북쪽으로 200㎞쯤 떨어져 곳에 있다. 이곳은 필리핀과 중국의 최대 분쟁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仁愛礁, 필리핀명 아융인)에 있는 필리핀군 병력에 물자를 보급하는 필리핀 선박들의 집결지다.


ⓒ 자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필리핀은 이와 함께 중국 도발에 맞서 대만과 공동 대응에도 나섰다.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 공세 속에 남중국해 주변에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대만이 주변국들과 협력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회색지대 전술은 본격적인 전쟁 수준에는 못 미치지는 정치적 목적 등을 띤 도발 행위를 뜻한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대만 해순서(海巡署·해경)는 필리핀 해경과 공식적인 교류 협약을 맺지 않았음에도 2021년부터 대만경찰대에서 필리핀 해경을 대상으로 위탁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이 지난 몇 달째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 중국과 충돌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이 1999년 이 암초에 좌초한 자국 군함 시에라마드레호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물자를 보급해온 걸 문제 삼은 중국이 필리핀 보급선을 물대포 발사와 선박충돌 등으로 차단하면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친중’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에는 중국과 마찰이 거의 없었지만, 2022년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한 이후 분쟁이 본격화했다. 지난 4월 30일 중국 해경선은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黃巖島) 인근에서 물대포로 필리핀 해경선 2척에 공격을 가해 이 중 1척을 수장시켰다.


중국이 인공섬 대형 해저터널 공사를 본격화할 경우 중국의 해상 진출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미국은 4월11일 일본·필리핀과 손을 잡고 3국 정상회의를 열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려는 야욕을 드러내자 태평양 지배권을 놓칠 수 없는 미국이 아시아 최우방인 일본, 필리핀과 연대를 꾀한 것이다. 미국은 올해도 필리핀과의 연례 ‘발리카탄’ 군사훈련을 필리핀의 영해 밖인 남중국해에서 실시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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