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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후배에게, 기억은 후대에게…세대를 잇는 사람들 [노인일자리-익산]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8.18 07:00
수정 2026.08.18 07:00

하림, 정년 숙련자 재고용해 청년 멘토로…생산현장 노하우 전수

시니어 작가가 지역 어르신 생애 기록…일자리와 돌봄 결합

하림 익산공장.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전북 익산에서 노인일자리가 오랜 경력과 경험을 다시 활용하는 일터로 넓어지고 있다. 하림 생산현장에서는 정년을 맞은 숙련자가 청년 근로자에게 기술을 전하고 원광효도마을시니어클럽에서는 어르신 작가들이 6·25 참전용사와 돌봄 대상자 등의 삶을 글로 남긴다. 한쪽에서는 기술을 잇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억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전북의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1월 기준 46만1019명으로 전체 인구의 26.7%를 차지한다. 60세 이상까지 넓히면 60만8055명, 35.3%다. 올해 전북에 배정된 노인일자리는 9만5023개다. 이 가운데 노인역량활용사업이 2만1063개, 현장실습훈련 지원사업은 3080개다.


하림 익산공장은 현장실습훈련 지원사업 가운데 '세대통합형'을 활용하고 있다. 숙련기술을 가진 퇴직자를 청년 멘토로 최소 6개월 이상 고용한 기업에 1명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림은 2019년부터 참여해 2025년까지 145명이 사업을 거쳤다. 올해는 25명 참여를 계획했으며 1분기 9명, 2분기 7명 등 현재까지 16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맡는 일은 단순 보조업무와는 거리가 있다. 부화와 부분육 발골·정선, 개체 선별 등 오랜 경험이 필요한 공정이 대표적이다.


부분육 발골은 뼈와 살을 빠르게 분리하면서 상품성을 유지해야 해 숙련까지 2~3년이 걸리고 개체 선별 역시 무게뿐 아니라 멍이나 골절 등 상품 이상 여부까지 판단해야 한다. 정년 이후에도 근무를 이어가는 이들이 신입 직원에게 이런 현장 노하우를 전수하는 구조다.


정년을 넘긴 근로자는 이러한 경험을 신입 직원에게 전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하림은 정년 예정자를 대상으로 근로 연장 의사를 확인한 뒤 건강 상태와 근태 등을 살펴 촉탁 근무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신입 직원과 연결해 현장에서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한다. 회사 측은 한 해 정년을 맞는 장기근속자 40~50명 가운데 약 절반이 촉탁 형태로 근무를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수기에는 숙련자가 새로 투입된 인력을 이끄는 역할도 맡는다.


하림 관계자는 "숙련자분들이 없으면 투입된 인원들을 이끌어 나갈 사람이 없다"며 "(숙련자가 빠지면)현장에서 병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생이야기 기록작가단.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익산의 또 다른 노인일자리는 손 대신 '삶의 경험'을 활용한다. 원광효도마을시니어클럽이 올해 시작한 '인생이야기 기록작가단'이다. 노인역량활용사업으로 운영하며, 현재 4명이 작가로 활동한다. 월 60시간을 기준으로 지역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수기나 자서전 형태로 정리한다.


올해 처음 시작한 노인역량활용사업으로 현재 4명이 작가로 활동한다. 한 사람을 5~7차례 만나 심층 인터뷰한 뒤 수기나 자서전으로 정리하고 당사자와 수차례 내용을 확인해 원고를 완성한다.


기록 대상은 6·25와 월남전 참전용사 등 국가유공자를 비롯해 자원봉사자, 돌봄 대상자, 노인일자리 참여자 등이다. 처음에는 “할 이야기가 없다”며 손사래 치던 어르신도 여러 차례 만남이 이어지면 가족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기억을 풀어놓는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전순자(70) 작가는 주변에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 일을 하면서 내 인생을 돌아볼 기회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록은 자연스럽게 돌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건강이나 경제적 어려움, 가족·이웃 관계, 외로움 같은 문제가 드러날 수 있어서다. 필요한 경우 이를 지역 복지자원과 연결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자서전 한 권을 만드는 일을 넘어 누군가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과정 자체가 정서적 돌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근현대사를 역사적인 기록으로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그분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 역시 하나의 돌봄"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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