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국면 돌입하는 與…키워드는 '룰·한동훈·친윤'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5.13 00:00
수정 2024.05.13 00:05
황우여, 친윤 중심 비대위원 인선 완료
'당원투표 100%' 룰 개정에 의문부호
한동훈·유승민 움직임에도 '관심집중'
'친윤 재결집' 여부도 차기 전대 변수로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 국면으로 본격 돌입하는 모양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위원장은 비대위 인선을 마치고 차기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했으며, 당 안팎의 잠재적 출마 후보들은 각자 존재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변수로 전대 룰 변경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친윤 등을 핵심 키워드로 꼽고 있다.
국민의힘은 12일 유상범 의원(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과 엄태영 의원(충북 제천·단양), 전주혜 의원(비례대표), 김용태 당선인(경기 포천·가평) 등을 포함한 새로운 비상대책위원 인선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지난 9일 선출된 추경호(대구 달성) 신임 원내대표와 이날 선임된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신임 정책위의장도 당연직 위원으로 비대위에 참여한다.
이번 비대위원 인선은 '친윤(親尹)' 색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 안팎에선 김 당선인을 제외한 유상범, 엄태영, 전주혜 의원 등과 추 원내대표, 정 정책위의장을 친윤계로 분류하고 있다. 친윤계 위원들의 비대위 유입이 당내 우려로 이어지는 이유는 전당대회 룰 개정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당대표를 당원투표 100%로 선출하고 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김기현 전 대표를 당대표로 앉히기 위해 설정됐던 정치적 장치다. 해당 룰은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국민의힘의 목표에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총선 참패 이후 친윤 색채가 옅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당대표 선출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친윤 주류와 영남 의원들은 대체로 당원투표 100%로 당대표를 선출하는 현행 규정을 선호하고 있어 친윤 중심의 비대위가 과연 전대 룰 개정을 결단할지에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여론조사 비율 반영을 주장해온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혁신형 인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국민들이 우리의 변화와 혁신을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비대위원들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 섞인 시각을 내비쳤다.
전당대회 룰 변경이 중요한 건 향후 당대표 주자로 나설 후보들의 면면과 관련이 있다.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다. 실제로 당 안팎에선 전당대회 룰이 바뀌게 될 경우 한 위원장의 전대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이 인지도를 바탕으로 일반 국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최근 여권 인사들과 잇따라 대면 접촉을 하면서 물밑 행보를 재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비대위원들과 만찬을 했고, 지난 3일엔 비서실장이었던 김형동 의원, 사무처 당직자 20여명과 저녁을 함께했다. 심지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에서 골전도 이어폰을 낀 채 책을 보는 한 전 위원장의 모습이 포착된 것조차도 큰 화제가 됐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당대회 룰 개정과 관련한 변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팬카페 '유심초' 회원들과 대면 토크콘서트를 열면서 정치적 행보를 재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 전 의원도 당일 토크콘서트에서 차기 당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지지자들의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답하면서, 현행 '당원 100% 룰'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인사의 당권 도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유승민 전 의원 28%,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26%, 나경원 당선인 9%,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7% 등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친윤계의 운신폭과 맞물려 있다. 친윤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당내 상황에 깊숙이 개입하며 주류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전대 당시 김기현 전 대표를 탄생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전국민적인 인기를 지닌 한 전 위원장이나 유 전 의원이 당대표로 출마할 경우 친윤계에서 내세울 후보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아울러 두 사람 중 한 명이 당권을 잡게 될 경우 친윤계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친윤계가 최근 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원내대표 출마를 두고 벌어진 이철규 의원과 배현진 의원의 설전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친윤을 넘어 '찐윤'이라 불렸던 이 의원의 세력은 크게 쪼그라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치권에선 친윤들의 움직임 여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귀띔하고 있다. 친윤계로 꾸려진 이번 비대위 인선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공고해질 비윤 세력화를 경계한 친윤들의 재결집 여부 역시 이번 전당대회의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당연히 당내 세력들이 쪼개져 세력화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비윤쪽 후보가 나온다면 비윤 세력이 주목 받으면서 자연스레 세력이 나눠질 것"이라며 "이럴 경우 거대야당이 어떤 법안을 갖고 나왔을 때 본회의 투표에서 이탈자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향후 윤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