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걸린 의대증원…칼을 뽑았으니 필수의료 확실히 살려야 [기자수첩-정책경제]
입력 2024.03.22 06:00
수정 2024.03.22 06:00
정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정 ‘쐐기’
비수도권에 82% 배분…지역의료 인프라 확충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 의료개혁 목표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7년 만에 기존보다 2000명 늘어난 의과대학 정원을 확정했다. 전날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학생정원을 공식 발표하면서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증원된 2000명 중 1639명(82%)는 기존에 강조해 왔던 대로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수도권에 배정했다. 나머지 361명(18%)은 경기·인천권에 배분했고 서울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았다.
지역거점병원인 국립대병원을 ‘빅5’ 수준으로 육성해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또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의 필수의료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의료 생태계도 조성할 방침이다.
다만 반발이 만만찮다.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대하며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정권퇴진 운동까지 나서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도 예고한 상황이다.
전날 의대증원이 비수도권에 쏠린 것을 두고서는 앞으로 교육 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도 나왔다. 이들은 “의대 증원 졸속 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미 의대증원은 정부로서 물러날 수 없는 정책이자 의료의 개혁이다. 그렇다면 이를 뒷받침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명분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의료계가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로 의료 인력 과잉, 의학교육 질 저하, 의료비 증가, 지역의료 불균형 심화 등을 꼽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정원 확대로만 의료개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미 의료계가 반대하는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4대 과제를 마련했으며, 향후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의료계와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진행한 뒤 구체적 세부 내용들을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물론 정부는 어떤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보다 보수적이여 한다. 국민 대다수가 의대증원을 원한다고 하나 소수의 의견 역시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소수의 의견을 계속 존중만 하다가는 그 어떤 정책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다수도, 소수도 만족하는 정책만 내놓을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정부도 국민을 위해 의사가 무조건 희생하라는 게 아니다. 전공의 연속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인상하는 것 등이 그 반증이다.
의대증원을 찬성하는 정부와 반대하는 의료계 모두 ‘국민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둘 다 정말로 국민을 걱정한다면 먼저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복귀하고 정부는 이번 의료개혁으로 호언장담한 필수의료를 무조건 살려야 한다.
국민 생명을 가지고 저울질하는 것에서 찾을 명분은 없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더 늦기 전에 선택할 시점이다. 둘 다 할 일은 하면서 싸워야 명분도 강해질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