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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세종문화회관 무산…끝나지 않은 '문래동의 꿈' [데일리안이 간다 39]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3.19 05:20 수정 2024.03.19 08:46

2019년 영등포구 문래동에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

영등포구가 땅 제공하고 서울시가 건립·운영비용 전액 부담

공유재산 무상 사용 분쟁 우려로 시유지인 여의도로 변경

문래동 부지에는 영등포구가 구립 문화공간 추가 건립 예정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3가에 있는 영등포구 소유의 부지. (주)경방이 타임스퀘어를 조성하면서 기부채납한 토지로 면적 4000평에 달한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2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공터가 있다. 지난 2021년 제2세종문화회관이 들어서기로 결정됐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을 여의도공원에 조성하기로 결정을 번복하면서 아직까지도 제 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영등포구는 이 부지에 대해 "2030년까지 세종문화회관 못지 않은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할 것"이라며 "이 부지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서남권 대개조' 계획과 맞물려 낙후된 문래동 일대의 종합적인 정비가 함께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영등포구에 따르면 문래동 3가에 위치한 이 부지는 과거 (주)경방이 영등포역 앞에 타임스퀘어를 조성하면서 구에 기부채납한 땅이다. 과거 방림방적이 위치했던 면적 약 1만3000㎡(4000평)의 부지로 교통 여건도 좋다. 간선도로인 경인로에서 200미터 거리이며 2호선 문래역으로부터 도보 5분, 1호선 영등포역으로부터도 도보 8분 거리다.


규모도 크고 입지도 좋은 이런 부지에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이 철회된 이유는 무엇일까. 데일리안이 직접 영등포구청을 찾아 그 이유를 들어봤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이날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까지 통과했는데 계획이 철회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시설을 구 소유의 토지에 건립한다는 협약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영등포구 문래동3가 공터 부지에 진행되고 있는 주민친화 조성 공사ⓒ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협약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영등포구 관계자는 "2019년 제2세종문화회관 계획 발표 당시에는 영등포구에서 무상으로 문래동 토지를 제공하는 대신 서울시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건립비용과 향후 유지·관리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협의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방자치법상 5년마다 지자체 공유재산 무상사용 승인여부를 시의회 및 구의회에서 결정하게 되는데 나중에 승인이 되지 않을 경우 토지사용료 문제를 놓고 시와 구 사이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019년 계획 발표 당시에는 왜 이런 문제점이 거론되지 않았던 것일까. 당시 서울시장은 민주당 소속의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었고, 구청장은 같은 당 소속의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정이었다. 또 해당 지역구인 영등포갑 국회의원 또한 김영주 의원으로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다. 시장-구청장-국회의원 모두 같은 당 소속으로 당시에는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서울시 시설을 구 소유의 부지에 건립할 경우 토지사용료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와 구 사이의 토지교환이나 매입 등으로 서울시가 소유권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서울시의 기본적 입장"이라며 "이런 문제로 인해 서울시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여의도공원으로 건립위치를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래동 부지는 구 소유의 땅인만큼 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복합 문화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여의도에는 시립 문화공간, 문래동에는 구립 문화공간이 조성돼 결과적으로 영등포구 내에 2개의 문화공간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구립 문화공간 건립 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녹지 공간을 만들어 개방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구 소유의 재산인만큼 구민들을 위해 가치있게 사용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래동 철공소를 찾은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실제 제2세종문화회관은 무산됐지만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서남권 대개조' 구상에서 영등포구의 핵심 정비 목표지역이 문래동 일대라서 이 부지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문래동 일대에는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단지 다수와 '문래동 철공소'로 대표되는 오래된 준공업지역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문래 창작촌'이 들어서면서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들고 신규 상권이 형성되고 있어 노후된 문래동 환경이 재정비되면 지금의 홍대거리를 능가하는 새로운 문화 중심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영등포구의 판단이다.


구 관계자는 "문래동 철공소도 90% 이상이 임대사업장으로 거기서 공장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이전 조건만 맞는다면 좀 더 개선된 환경으로 옮기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서남권 대개조 계획과 맞물려서 구에서도 전면적인 대개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등포구청ⓒ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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