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클린스만 경질 발표한 정몽규 회장, 사퇴 여부·위약금 질문에…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4.02.16 15:54 수정 2024.02.16 16:57

클린스만 선임 과정 놓고 쏟아진 지적에 “오해가 있다”

위약금에 대해 “혹시 금전적 문제 생기면 회장으로서 재정적 기여 고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축구대표팀 사안과 관련한 협회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예상대로 위르겐 클린스만(59)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경질됐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KFA) 임원은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진행했다. 2시간 여의 회의를 마친 정 회장은 오후 2시30분경 직접 입장 발표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먼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으로 축구팬, 축구인, 국민들께 실망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드리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어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논의했고, 오늘 오전 협회 집행부 임원진들과 이러한 내용을 보고받고 논의를 진행했다.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종합적으로 논의한 끝에 최종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기 대표팀 감독에 관해서는 국적 등 상의된 바 없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린 뒤 조속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에서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지만, 4강 요르단전에서 굴욕적인 졸전 끝에 0-2 참패했다. 당시 피파랭킹 87위팀을 상대로 같은 대회서 두 번째 대결을 치르면서도 클린스만의 유의미한 전술은 없었다.


4강까지 올라오는 과정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좀비축구’로 포장됐을 뿐, 경기 내용은 수준 미달이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PSG) 등 역대급 전력을 보유하고도 매 경기 고전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클린스만 감독의 ‘무전술’이 꼽힌다.


위르겐 클린스만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요르단전 직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이른바 '탁구 논란'으로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손흥민 손가락이 탈구되는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선수단 관리능력 부재까지 더해져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요구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직전 '아시안컵, 우승 외에는 의미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대회가 끝난 뒤에는 ‘아시안컵에서의 장단점을 철저한 분석해 북중미월드컵 예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대한축구협회와 분석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한국으로 들어온 뒤 이틀 만에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전력강화의원회에도 온라인 화상으로 참여해 자신의 ‘무전술’에 대한 해명 없이 요르단전 전날의 선수단 충돌을 문제 삼으며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축구대표팀 사안과 관련한 협회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에 대한 책임론은 여전히 뜨겁다.


정몽규 회장은 아시안컵 결승행이 유력하게 보였던 요르단과의 4강전을 앞두고는 카타르 현지를 방문해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탈락 후에는 모습을 감췄고, 클린스만 감독 거취 문제에도 간접적으로만 의견을 밝혀오다 이날 취재진 앞에 섰다.


정 회장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선임 과정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는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지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5명으로 좁혔다"면서 "최종 후보 5명과 인터뷰 했고, 우선 순위 2명과 면접 후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됐다"고 설명했다.


감독 선임의 직접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까지 3선 임기를 마치게 되는 정 회장은 “(나의)연임에 대해서도 (언론에서)관심이 있는 것 같다. 2018년도 총회 때 3연임으로 제한하도록 정관을 바꾸기로 한 바 있다. 당시 문체부에서 이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대답을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3선을 연임 중인 정 회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이다. 제한이 없으니 4연임에도 도전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 회장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11년 동안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6년 동안 회장직에 있었던 정몽준 전 회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길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면 100억 원이 넘는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의해야 할 부분이다"라면서 "혹시 금전적인 부담이 생긴다면 회장으로서 재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