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빅텐트 험로…이원욱·조응천 이탈에 '중텐트' 시작부터 찢어졌다
입력 2024.02.05 00:20
수정 2024.02.05 00:20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3인 중 2명 이탈
"수평적·열린 통합 원칙 안 지켜져"
제세력 존재감·당명 등 헤게모니 갈등
내부갈등 표출에 지지율 정체까지 난관
더불어민주당계 제3지대 신당 '중(中)텐트'가 출발부터 찢어지며 개혁신당 등과 빅텐트 실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낙연 신당 '새로운미래'와 민주당 탈당파 의원 3인이 주도한 '미래대연합'은 4일 국회에서 '새로운미래'라는 당명으로 공동창당대회를 열었다. 새로운미래에는 미래대연합 소속 현역 의원 중 김종민 의원이 유일하게 합류했다.
나머지 2인 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새로운미래로의 흡수합당을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택해 같은 뿌리의 제3지대 세력들조차 갈라진 상태다. 새로운미래가 사실상 '반쪽창당'을 하고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면서, 중텐트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제3지대의 동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은 공동창당 직전일까지도 빅텐트의 경로, 통합신당의 당명 등을 둘러싼 이견을 보였다. 결국 창당대회 당일 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새로운미래 합류를 거부했다.
공동창당 하루 전 이석현 새로운미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트위터에 '새로운미래 단독창당'을 언급했다가 삭제하고, 박원석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뒤늦게 '공동창당'이 예정대로 열린다고 공지하는 등 이상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던 상황이다. 당명은 당초 확정된 '개혁미래당'이 아닌 '새로운미래'로 결정됐으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에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과 김종민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창당대회에는 탈당파 3인 중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를 제외한 이들은 자리하지 않았다. 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창당대회 도중 입장문을 내고, 새로운미래에 합류하는 것은 "영혼없이 몸만 주는 일"이라면서 공식적으로 결별 선언을 했다.
두 사람은 "더 큰 통합을 위해 합당에 참여하지 않는다"라며 "가치와 비전 중심의 통합을 주장해 온 우리가 묻지마 통합을 위해서 몸을 던지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두 사람은 "통합의 원칙은 수평적 통합, 열린 통합이며 새로운미래와 통합 추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들은 또 "정당의 헌법인 강령과 당헌은 반드시 합의되어야 할 사항이지만 일방적 의결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번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두 정치 세력 간 헤게모니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점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대연합은 제3지대 신당 중 가장 많은 현역의원(3명)을 보유하며 향후 기호 3번 획득, 경상보조금 등에 있어 '현역 프리미엄'이 강점으로 꼽히던 세력이다. 새로운미래는 김종민 공동대표의 합류 전까지는 원외 정당이었음에도, 대권주자의 체급을 가진 이낙연 공동대표란 인물의 존재감이 막강한 탓에 두 세력의 '주도권 다툼' 관련 이야기는 계속해 흘러나왔다.
아울러 두 신당 추진 세력은 당명을 개혁신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개혁미래당'으로 하려다, '민주주의실천행동' 등 이낙연 공동대표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최종 당명으로 이 대표의 신당이 사용하던 '새로운미래'로 선회해 이것 역시 갈등의 한 요소가 됐다.
이날 새로운미래는 창당대회에서 공동대표로 김종민 의원과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공동창당 이전 이 공동대표는 '인재위원장'을 맡으며 2선에 머무르는 등 신당의 간판 역할을 하지 않았으나, 이날 부로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뜻하지 않게 중책을 맡았다"며 "여러분의 지엄한 명령이기 때문에 미처 거절하지 못했다. 여러분의 명령을 엄숙하게 받아들이면서 신명을 다 바쳐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 또한 드린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에 합류한 쪽에선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합류 거부를 '제2의 윤영찬 사태'라고 빗대며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혁신계 모임 '원칙과상식'에 참여했지만 이들이 탈당하고 미래대연합을 결성하기 직전에 탈당 대오에서 이탈해 민주당에 잔류하기로 한 바 있다.
박원석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창당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불참 선언에 "이들의 뜻을 받아들이고 존중하지만 왜곡은 없어야 한다"면서도 "제2의 윤영찬 사태다. 이 사태를 당혹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또 "당헌·당규는 새로운미래가 사전에 먼저 제안했고 통합을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충실히 안 됐던 것은 당명 문제로 내부 논의가 막혀있었고, 그 두 분이 논의가 막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길이 대통합의 길이라고 말씀을 줬는데, 두 분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지만 작은 통합도 못 하는데 대통합은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종민 공동대표도 "(창당대회) 한시간 전까지 함께해주기로 했는데 행사 직전 생각이 달라져서 너무 아쉽다"며 "대통합에 대한 방향과 경로, 시간 이런 것에 대해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이원욱·조응천 의원과 향후 대화 재개 가능성은 열어뒀다. 새로운미래 측 인사들도 축사와 연설 등을 통해 두 의원의 향후 합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새로운미래 공동창당에는 빠지면서도 "가치와 비전으로 더 큰 통합을 위해 뛰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당장 제3지대 빅텐트 논의 주체는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 새로운선택 그리고 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세력까지 4자 구도로 재편되게 됐다.
다만 이번 중텐트 구축 과정에서 당명을 둘러싼 신경전에 헤게모니 다툼까지 그대로 드러나면서 앞으로 제3지대 신당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빅텐트'까지는 갈 길이 더욱 멀어졌다.
제3지대 신당들의 지지율 상승이 더딘 점 역시 난관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정당 지지율을 물은 결과,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새로운미래)에 대한 정당 지지도는 각각 3%(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