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진 상장 심사…IPO 병목현상 장기화 조짐
입력 2024.01.30 07:00
수정 2024.01.30 07:00
새해 공모시장 회복 기대감 속 수요예측은 줄연기
당국·거래소 기업정보 상세요구에 문턱통과 지연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상장 기업들에 대한 심사를 강화화면서 공모 일정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자료이미지)ⓒ픽사베이
새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상장 문턱은 높아지면서 공모 일정이 전체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증시에 입성하려는 수요가 몰렸지만 ‘파두 사태’로 인해 상장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IPO 병목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현미경 심사가 이어지면서 예비 상장사들이 구체적인 실적과 성장 전략을 담은 정정 증권신고서를 잇따라 제출하고 있다.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당초 수요예측을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진행할 방침이었지만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인해 내달 2~8일로 일정을 미루게 됐다. 다음달 1일과 2일 양일간 진행할 예정이었던 일반투자자 청약도 다음달 14~15일로 순연됐다.
에이피알은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업체로 몸값 1조원대의 ‘IPO 대어’라는 점에서도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에이피알의 과거 상표권과 특허권 등 소송 건과 관련해 상세한 설명을 요청하면서 상장 일정이 지연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발생한 파두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신고서 심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작년 기술특례(혁신 기술·사업 모델)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파두가 저조한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급락, 논란을 빚은 것을 계기로 상장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면서 기업 정보를 더 자세하게 공개하라는 금감원의 보완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현재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케이웨더와 코셈도 이달 예정됐던 청약 일정이 다음달로 변경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날씨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 케이웨더는 지난해 12월 가결산 매출 등을 추가한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고 전자현미경 개발 업체 코셈은 작년 전체 가결산 자료 등을 추가했다. 코센은 최근 증권신고서를 두 번이나 정정했다. 이외에도 기술특례 상장에 도전하는 디지털 트윈 기업 이에이트가 수주 예상 시점과 월별 수익 추정치 등을 추가한 정정 신고서를 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전경.ⓒ한국거래소
업계에선 올해 IPO 시장에 대한 회복 기대감이 커진 반면, 한국거래소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병목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신영증권은 올해 IPO 시장에서 77~85개의 신규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상장기업 수 기준으로 공모주 활황기였던 2020~2021년 평균(85개) 수준이다. 공모 예상금액은 약 4조2000억~5조3000억원 수준으로 작년(3조6000억원) 대비 희망적인 수치가 제시됐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공모가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정해지면서 공모시장이 다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어급 종목들이 IPO를 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는 공모금액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상장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상장 심사 일정이 전체적으로 더욱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이트의 경우 코스닥 시장 입성을 위해 작년 5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7개월 간의 심사 끝에 이 문턱을 통과했다. 상장 심사를 기다리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당국과 거래소가 엄격한 눈높이로 들여다보면서 심사 일정이 밀리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의 심사 인력은 한정돼있고 파두 사태로 실적 내용을 더 꼼꼼하게 파악할 필요성도 커졌다”면서 “최근에는 경영 투명성과 사업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고 이것이 외부 요인인지, 회사 내부의 문제인지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