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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록히드마틴' 꿈꾸던 한화의 질주…기습 공시에 '일단 멈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4.10 10:56
수정 2026.04.10 14:57

풍산, 매각 철회 기습 통보…한화에어로 '검토 무의미' 중단

탄약 사업 의지 유효…공격적 M&A 대신 '내실' 우선 선회

한화그룹 김승연(가운데) 회장과 김동관(왼쪽) 부회장이 지난 1월 8일 제주 서귀포시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에서 한화가 개발 중인 해상도 15㎝급 ‘초저궤도(VLEO) 초고해상도(UHR)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의 실물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한화

한화그룹이 추진해온 ‘한국형 록히드마틴’ 및 ‘한국판 스페이스X’ 전략이 매각 측의 돌연한 변심으로 전열 재정비에 돌입했다. 거침없던 인수합병(M&A) 행보를 통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방산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해왔으나 시장의 높은 문턱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지탱하던 M&A가 난항을 겪으면서 ‘빅딜’을 둘러싼 전면적인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하던 풍산 방산 부문 인수는 전날 오후 긴박한 공시 전개 속에 결렬됐다. 한화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운 기류가 역력하다. 공시 순서를 살펴보면 풍산이 장 마감 후 ‘탄약 사업 매각과 관련해 추진 중인 바가 없다’는 부인 공시를 올렸고, 약 9분 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 검토 중단’을 공시하며 뒤를 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매각 주체인 풍산이 거래 의사가 없음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무의미해졌다고 판단해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회사는 탄약 사업이 방산 수직계열화의 완성을 위한 핵심 고리인 만큼, 평소 꾸준히 관심을 둔 분야로서 해당 사업에 대한 인수 의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당초 한화는 K9 자주포 등 무기 플랫폼부터 포탄(풍산)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꿈꿨으나 여러 현실적 장벽에 부딪혔다. 시장에선 가격 간극이 결렬의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5000억원 이상이 거론됐는데, 풍산 방산 부문의 이익 기여도(그룹 영업이익의 70%)를 고려할 때 매각 측은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시장과 경쟁사들에서 제기된 ‘공급망 독과점’ 우려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오른쪽)가 올리 루투 핀란드 국방부 자원정책국장(왼쪽)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 같은 한화의 파상공세는 이른바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향한 집념에서 비롯됐다. 한화는 2023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해양 방산 퍼즐을 맞춘 데 이어 지난달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을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4.99%(약 9300억원)를 확보하며 4대 주주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이를 민영화를 대비한 포석으로 보며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KAI 인수 참여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한화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구도 날카로워지는 양상이다.


외연 확장은 멈춰 섰지만 한화의 실질적인 사업 경쟁력은 여전히 공고하다는 평가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핀란드에 K9 자주포 112문을 추가 공급하는 94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K-방산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혹독한 환경에서 성능을 입증받아 일궈낸 성과다.


풍산 매각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류진 회장 장남(로이스 류)으로의 승계가 방위사업법상 불가능해 풍산 측은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재편 카드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방위사업법상 방산업체의 경영권은 한국 국적 보유자만이 확보할 수 있으나, 풍산 최대주주의 장남은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상속이 어렵다”며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방산 호황기에 탄약 사업부를 높은 가치로 매각하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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