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민주당, 선거법 가지고 이번엔 또 무슨 장난치려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1.29 07:07 수정 2024.01.29 10:59

해괴한 선거법이 만든 기이한 정당

야당 대표들의 대를 이은 말 바꾸기

거대정당이 의정 발전 가로막다니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새 PI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20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 지지를 담보로 군소정당들에 제시했던 안이었다. 당시의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으로서는 군침을 삼키고도 남을 만한 제안이었다(결과적으로 어느 정당도 이 제도 덕에 당세를 표나게 늘리지는 못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특히 우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계산방식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 때문에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의석 배정 계산방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을 우롱하는 해괴한 답변을 내놓았었다.


“(비례대표 의석 배정) 산식은 여러분은 이해 못 한다. 산식은 과학적인 수학자가 손을 봐야 한다. 국민은 산식이 필요 없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할 때 컴퓨터 치는 방법만 알면 되지 그 안에 컴퓨터 부품이 어떻게 되는 건지까지 다 알 필요가 없다.”

해괴한 선거법이 만든 기이한 정당

이 괴이하기까지 한 개정선거법은 보수정당의 당세를 구조적으로 위축시키기 위한 민주당의 술수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우호정당들과 연합을 통해 당시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던 보수정당을 100석 안팎에서 포위할 수 있으리라고 여겨 밀어붙인 게 저 억지스러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독일식 선거제도’는 김대중 대통령 이래 좌파 정당의 숙원이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연동형 비례대표제)이기도 했다.


민주당의 ‘1+4 협의체’ 책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자유한국당은 비례의석 확보만을 위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당의 후신 미래통합당은 2020년 2월 5일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시켰다. 해괴한 선거법에 기이한 형태의 정당으로 대응한 것이다.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이해찬 당 대표(당시)는 2018년 11월 16일 국회의장 공관에서 열린 여야5당 대표 부부동반 만찬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 이전에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해놓고 딴 소리를 한 것이다. 그의 식언(食言) 시리즈는 계속됐다. 2020년 1월 10일 그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꼼수 위성정당’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례한국당이니, 비례자유한국당이니 명칭이 난무하는데 이런 행위는 국민 투표권을 침해하고 결국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의석수의 현저한 감소가 예상되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국민 상향식 공천의 원칙을 지키고……‘정정당당’하게 총선에 임할 것”이라고, 그는 기염을 토했었다. 그 닷새 후엔 미래통합당이 만든 미래한국당(자유한국당 후신)을 ‘위장 정당’이라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러더니 그해 3월 13일에는 “민주당은 당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을 받들어 개혁정당 참여를 추진할 것”이라며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했다. 경쟁상대를 한껏 비난해놓고 ‘당원들의 찬성’을 핑계 삼아 ‘정치를 장난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도 수치(羞恥)는 몰랐다. “통합당은 페이퍼 위성정당이란 탈법으로 의석을 도둑질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막말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내질렀다. 그는 ‘민주‧개혁 정당’의 동참을 독려하는 뻔뻔함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같은 당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이 ‘천벌 받을 짓’이라고 했을까(23. 7, 17. 정치포럼 ‘새로운 질서’ 초청 세미나).


다시 선거철에 들어섰다. 사람은 바뀌었어도 민주당 대표의 식언증, 건망증은 여전하다. 이재명 당 대표는 대선 후보 때인 22년 2월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비례대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말이 안 바뀌면 이 대표가 아니지! 지난해 11월 28일에는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인 주장,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라고 자신의 공약을 ‘멋있게’ 부인했다.

야당 대표들의 대를 이은 말 바꾸기

이기는 선거를 하려면 위성정당을 인정하거나 아니면 과거처럼 병립제(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뜻이겠다. 이 사람들은 말 바꾸기에 주저하는 법이 없다. 지난 선거 때 ‘플랫폼 정당’ 운운하며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는 시늉 하더니, 이번엔 아예 대놓고 비례 위성정당을 주도적으로 만들 기세다.


같은 날 민주당 의원 75명이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대표의 뜻’이 우선하게 마련이다. 이 대표의 오른팔인지 왼팔인지는 모르겠으나 열렬하고 과격한 측근인 정청래 의원이 지난 28일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 연동제 도입 주장을 비판하며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선거 승리의 99%가 당원과 민주당 지지자(에 달려있는 것) 아니냐. 이분들 뜻을 거스르고 어떻게 선거를 치르냐. (당원들의) 뜻을 먼저 살피자는 차원에서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한다.”

‘권역별 비례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이 당의 염원이 되다시피 했다. 그렇게 하면 민주당이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말을 바꿀 때면 미안한 표정이라도 지어야 할 텐데, 이들은 언제나 너무 당당하다. 자신들이 식언을 하면서도 오히려 상대방을 꾸짖듯 한다.


이 대표로서도 깔끔하기는 20대 총선 이전까지의 병립형 비례제가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일단은 여론의 비난을 피하면서 책임을 국민의힘 쪽으로 떠밀기 위해서 간을 보고 있는 중이라고 하겠다. 과거로 회귀하기 어려우면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제로 결론을 내고 싶어 할 듯하다.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든 민주당의 ‘제도 갖고 장난치기’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 한 우리의 대의민주정치는 갈수록 혼란을 더할 뿐이다.


민주당의 의정농단 행태도 한계를 넘어 섰다. 제22대 총선(4월 10일)이 72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비후보자 등록이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시작됐다. 3월 21일부터 이틀간 후보자 등록이 실시된다. 그런데도 여야 간 선거법 협상은 기미조차 없다. 선거 1년 전까지 확정돼야 할 선거구 획정안도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중앙선관위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이미 지난달 5일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의 결정은 부지하세월이다. 선거제도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출마 희망자들은 어쩌라는 것인가. 거대 정당, 특히 입법을 전횡하는 데 이력이 난 민주당이 이런 문제엔 태업하다시피하고 있다. 제1당의 의정 방해라는 황당한 상황이 우리 의회정치의 한 단면이다. 어이없게도!

거대정당이 의정 발전 가로막다니

검찰의 수사독점권 뿐만 아니라 수사권 그 자체를 기어이 해체해 버린 민주당이다. 그 기백으로 ‘입법독점권’을 일정부분 제한(해체가 아니라)하는 위력을 보여 주기를 주문한다.


① 국회의원의 이해(利害)와 직결된 법과 제도의 결정권은 별도의 국민기구를 설치해 맡겨야 한다. 세비를 비롯한 국회의원 예우‧유지‧관리 비용을 국회의원들이 결정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모순된 특권이다.


② 국회의원 정수를 정하는 권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상은 이미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고 나섰지만 이는 대단히 중요한 우리 의정의 과제다).


③ 국회의원 윤리 평가 및 심판의 기능과 권한도 국회에서 떼 내야 한다. 당선무효 형이나 자격 상실의 형을 선고받은 의원에 대한 세비 지급정지 혹은 반납의 원칙도 국회 밖의 국민기구에서 정할 필요가 있다.


④ 국회의원과 정당은 치외법권을 향유하고 있다. 국회법이 정하는 바, 심지어 헌법이 정하는 바를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법 규정이 없다. 형식적인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강제할 수단이 미비하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다. 국회의원이 법을 어기면 상응하는 징벌이나 불이익이 따라야 한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⑤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 및 특혜 부여 여부를 결정할 권한도 별도의 국민기구에 맡기는 게 옳다.


⑥ 국회의원이 자신의 보좌진에 대한 임면권을 행사하려면 그들의 신분을 바꿔야 한다. 국가공무원의 신분을 갖게 하면서 임면권을 의원이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


⑦ 의원 각자의 양심에 반하는 당론을 강제할 수 없도록 국회법에 명시해야 한다.


⑧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정당의 운영과 정책개발에 드는 비용을 국민이 부담해야 할 논리적 이유와 명분이 부족하다.


⑨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는 현행 대통령중심제 하에서는 불필요하다. 의원내각제일 경우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게 바람직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대통령제 정치체제에서 정당(지도부)에 국회의원 임명권을 부여해야 할 까닭이 없다.


⑩ 대통령중심제 정치체제와 중앙집권적인 정당체제는 극단적 정권쟁탈전의 상시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어느 쪽으로든 이 미스매치 혹은 부정교합 상태는 해소돼야 한다.


여야 정당들은 선거공약으로 이를 제시하시라!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2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