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교통카드가 몇 개냐?…기후동행카드 판매 첫 날, 시민들 만나보니 [데일리안이 간다 17]
입력 2024.01.24 05:18
수정 2024.01.24 05:18
1·2호선 시청역 실물카드 조기 매진…을지로입구역, 오전 11시 기준 150장 판매
시민들 "월 3만원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 대만족…아이폰 전용 앱 없어 불편, 출시 서둘러야"
국토부·경기도·인천시도 저마다 교통할인카드 공개해 시민들 혼란 가중 "종류 많고 조건 복잡"
전문가 "국토부와 지자체 간 정산시스템 효율성만 갖춰지면 충분히 통합 할인 카드 만들 수 있어"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액권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23일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사전판매 첫날부터 일부 역에서는 실물카드 물량이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시민들은 대중교통할인카드가 지자체별로 중구난방으로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도대체 어떤 카드를 사용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별로 혜택이 다른 현행 시스템은 시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전 국민이 쉽게 할인 받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쓸 수 있는 '통합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데일리안의 취재 결과 이날 아침 시청역에서 준비된 기후동행카드 실물카드 물량이 일찍감치 매진됐다. 예상치 못한 조기 매진에 시민들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날 시가 준비한 기후동행카드 1차 물량은 10만장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270개 역사 내 고객안전실에 5만장, 역 주변 4대 편의점 약 1800개 점포에 5만장을 배포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매진이 이어지는 등 실물카드 물량부족이 현실화 되고 있었다.
서울교통공사 을지로입구역 고객안전실 관계자는 "여기도 아침 일찍부터 카드를 찾는 분이 많아서 물량에 다소 여유가 있는 역으로부터 잔여 카드 물량을 넘겨받았다"며 "초기 판매 물량은 총 10만장인데, 이걸 한번에 다 내놓는 것은 아니고 판매 추이에 따라 매진이 자주 발생하는 역은 물량을 좀 더 배정하고 여유가 있는 역은 배정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판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전판매 첫날부터 시민들에게 잘 팔리고 있다. 오전 11시 기준 고객안전센터에서만 150매 가까이 팔렸다"며 "오늘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역사 부스에서도 기후동행카드를 판매했다. 내일도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6시간 동안 기후동행카드 모바일 카드 1만3590장과 실물카드 1만2646장이 판매되며 총 2만6236장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 관계자는 "(사용 시작일인) 27일까지 며칠 남았는데 첫날 오전 2만6000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이라고 말했다.
시청역에서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하려다가 매진되는 바람에 을지로입구역까지 와서 실물카드를 구매했다는 직장인 김모(43)씨는 "모바일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까 생각도 했지만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외 지역에서는 이용이 안 된다는 문제가 걸렸다"며 "기존 모바일 교통카드는 서울 외 지역으로 나갈 때 이용하고 서울시내에서 움직일 때는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한다는 생각에 실물카드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백모(41)씨는 "실물카드를 구매한 뒤에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국세청에 카드번호를 등록하는 등 다소 번거로운 절차는 있다"며 "그래도 한번만 등록하면 되는 것이고 지하철과 버스 요금으로 월 9만원 넘게 사용했는데 기후동행카드를 쓰면 거의 3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직장인 이모씨(30대)는 "점심시간에 오면 카드가 다 팔릴 것 같아 일하던 중에 잠깐 나왔다. 평소에 따릉이도 많이 타는 편이라 6만5000원짜리로 구매할 것 같다"며 "아이폰은 앱이 출시 안 돼 불편하더라도 실물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카드 들고 다니기 불편하니까 얼른 아이폰 전용 앱도 출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혜택이 애매하다며 카드를 구매하지 않은 시민도 있었다. 최모씨(30대)는 "당고개부터 을지로입구까지 출퇴근한다. 교통비로 한달에 7만원 정도 사용하는 것 같다"며 "계산해 보니까 지금 쓰고 있는 알뜰교통카드 혜택이랑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당분간은 좀 기다려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국토부·경기도·인천광역시에서도 제각각 대중교통할인책을 내놓으며 시민들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22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합동 기자설명회를 열고 4개의 대중교통 지원 사업이 올해 상반기 시행된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공개한 K-패스(5월 출시)는 월 15회 이상 정기적으로 시내버스와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출 금액의 일정비율(일반인 20%, 청년층 30%, 저소득층 53%)을 다음 달에 돌려받는 카드다. 단 월 최대 60회까지만 환급받을 수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발표한 '더(The) 경기패스'와 '인천 I-패스'는 등록된 거주지에 따라 자동으로 혜택이 추가 제공되는 일종의 'K-패스 확장판'으로 운영 체제가 비슷하다. 여기에 월 적립 상한을 무제한으로 늘리고 청년층의 연령을 확대(경기·인천, 39세까지)하거나, 65세 이상 어르신의 환급혜택을 상향(인천)하는 등 혜택을 강화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2000원을 내면 서울시 지하철,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3000원을 추가하면 따릉이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단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와 신분당선은 이용할 수 없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대중교통 할인정책을 내놓는 바람에 이런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시민들은 어떤 카드가 더 합리적인지 계산해 봐야할 텐데, 시민들 입장에선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 할인 카드'를 만들어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국토부와 지자체 간 정산시스템의 효율성만 갖춰지면 충분히 통합카드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시간을 두고 효율적으로 정산시스템을 마련한 뒤 대중교통 할인카드 제도를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