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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축제'는 계속될 것인가…모두 총선 결과에 달렸다 [기자수첩-정치]

데일리안 예산(충남) =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4.01.15 07:00
수정 2024.01.15 12:20

2000명 당원 몰린 충남도당 신년인사

"이렇게 열기 대단한 건 처음" 한목소리

한없이 '비장'했던 2018년과 격세지감

민생체감 정책·공약 펼쳐야 '축제' 계속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충남 예산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몰린 2000여 명 당원들의 사이로 박수와 함성,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충남 예산군 덕산스파리솜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남도당 신년인사회는 그야말로 '축제'라는 말이 딱 맞아보였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온천단지로 어귀부터 충남도당 각 단위별로 내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님의 충남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펼침막들이 나부꼈다. 실내는 행사 1시간 전부터 만석 조짐이었다. 좌·우측과 뒷벽면까지 3면을 따라 빨간 풍선을 든 사람들이 늘어서고, 내빈들이 입장해야할 가운데 통로까지 인산인해였다.


2000명의 박수와 환호, "한동훈" 연호 속에서 밀고 밀리며 간신히 입장한 한동훈 위원장은 통로를 벗어나자마자 붉은 목도리를 벗으면서 긴 숨을 내쉬었다. 국민의힘 사무처 관계자는 "신년인사회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온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상은 정치경력이 오랜 4선 중진의원, 3선에 도지사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4선 중진 홍문표 충남도당위원장은 "이 리솜스파가 생긴지 25년이 됐는데 호텔 역사상 이렇게 많은 손님이 몰린 것은 처음이란다"고 전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내가 정치를 나이에 비해서 꽤 오래 했는데 우리 충남 신년인사회에 이렇게 많은 당원들이 함께 하고 열기가 대단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4선 중진 이명수 의원도 "우리가 그동안 신년교례회를 여러 번 했지만 지금처럼 뜨겁고 활력 있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뒷받침했다.


여기서 6년 전 이 무렵을 회상해본다. 2018년 1월 10일, 충남도당 신년인사회가 있었다. 직전해 정권을 빼앗기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때였다. 문재인정권 2년차라 정권 지지율은 높고,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낮아 선거에서 악전고투가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신년인사회의 분위기는 '비장' 그 자체였다.


홍준표 당시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히 시장·군수·도의원을 뽑는 그런 선거가 아니다"라며 "좌파 사회주의 체제로 나라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그런 선거"라고 규정했다.


홍문표 당시 사무총장은 "대선에서 패했고 지방선거에서 또 패한다면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에서 존재가치가 없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왜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지 않느냐. 사드를 왜 반대하느냐. 원전을 왜 없애려 하느냐. 이 세 가지에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평소의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모자이크해서, 문재인정부의 허리를 충청도에서 부러뜨려야 한다"고 외쳤다.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비장했지만, 그해 지방선거의 결과는 모두가 아는대로였다.


지금은 2022년 기적적인 0.7%p차 승리로 정권을 되찾았고, 그해 6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12개를 석권하는 대승을 거뒀다. 더 이상 좌파 사회주의 체제로 나라의 틀을 바꾸겠다는 대통령도 없고, 북한도 주적으로 제대로 정의됐으며, 사드로 상징되는 한미동맹은 완전 복원됐고, 원전 생태계도 원상 회복되는 중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만면에 웃음을 띠지 않을 수가 없다. 축제가 아닐 수 있겠는가.


다만 비장하게 마음 먹는다고 선거를 이기는 것도 아니요, 반대로 축제 분위기라고 해서 선거에 이기는 것도 아니다. 역으로 이 축제가 계속되느냐, 아니면 '정권 3년차, 축제는 끝났다'로 가느냐, 그것은 모두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 정진석 의원이 이날 적확하게 지적했듯이 "4월 10일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생사가 달린, 나라의 명운이 걸린 건곤일척의 승부"다.


이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국민의힘은 보다 국민에게 와닿는, 체감이 되는 정책을 펼치고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 이 점에서 한동훈 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학습속도'가 빠른 듯 하다.


이날 홍문표 위원장이 면전에서 "충청의 숙원사업 네 가지만 건의드린다"며 △공공기관 충남 이전 △서해선 KTX 연결선 부설 △육사 충남 이전 △서산공항 민간 공동 활용을 제안하자, 한 위원장은 곧바로 "아까 도당위원장이 말한 그런 정책 외에 충남인들의 삶을 바로바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들을 꼼꼼히 발굴해서 중앙당에 요청해달라"고 전향적 자세를 취했다.


아울러 "나는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지 않고 매번 올 때마다 하나만이라도 새로운 뭔가를 드리고 싶다"며 "노인정에 난방비 미집행 금액을 규정상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르신들이 상당히 불쾌해 하신단다. 우리는 그것을 반납하지 않으시도록 강력하게 정부에 요청했다"고 전해 환호를 받았다.


호텔이 생긴지 25년만에 가장 많은 2000명이 다녀갔다지만, 센트럴시티 올라가는 고속버스 타기 전에 급히 저녁식사를 위해 들른 간이식당에서 "2000명이 왔다는데 매출 좀 오르셨느냐"고 물으니 "그런 (정치하는) 분들이 여기 오시겠느냐. 그런 분들은 이런 데는 안 오신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출 한 푼 오르지 않았다면 근처에서 2000명이 몰린 신년인사회가 있은들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남의 일' '남의 축제'가 된다. 국민의힘의 자세가 가장 낮았던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에는 전통시장에서 유세가 끝날 때마다 꼭 "모이신 분들 여기서 뭣도 사드시고 싸가시고 팔아주고 가시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다.


문재인정권처럼 총선이라고 해서 재난지원금을 빙자해 지갑에 직접 돈을 꽂아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국민이 더욱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국민에게 더욱 와닿는 공약 채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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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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